테슬라가 로보택시 사업에 본격 참전하면서 무인택시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운전자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공상과학 같은 미래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는 자율주행산업에서 한국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운 각종 규제와 국내 도로교통 상황 등이 자율주행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무인택시 시장이 지난해 11억8000만 달러(약 1조5931억원) 규모에서 매년 70.8%씩 성장해 2034년엔 2510억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기술력이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한 시점에서 다음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완전자율주행산업에서 한국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사업을 주도하는 포티투닷은 지난해 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운행하던 무인버스 사업에서 손을 뗐다. 현대차그룹이 3조원 넘게 투자한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산타모니카에서 진행하던 무인택시 시범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상용화 시점도 내년 이후로 미뤘다.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가 평가하는 자율주행 업체 순위에서 지난해 5위였던 모셔널은 올해 15위로 추락했다.
완전자율주행 시장의 선두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기준은 ‘누적 자율주행 거리’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축적한 데이터가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무인택시 1위 기업인 웨이모는 미국 주요 9개 도시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며 약 4억 마일(약 6억4400㎞)의 운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 뒤를 바짝 쫓는 중국 바이두의 누적 자율주행 거리는 1억㎞를 넘는다.
그러나 한국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임시 운행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는 478대가 전부다. 국내 42개 자율주행 시범 운행 지구에서 확보한 정보는 개인정보 이슈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기도 힘들다. 차량이 수집한 영상이나 이미지에 담긴 사람과 차량번호판 등을 일일이 삭제해야 한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율주행 업체가 미국 등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젠 규제 완화를 넘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판을 만들어줘야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한국 도로는 좁고 복잡한 데다 자동차·보행자·이륜차·킥보드 등 다양한 교통 주체가 혼재돼 있다. 테스트를 하다 작은 사고가 나도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더 큰 원인은 ‘사회적 수용성’이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국민 저항이 세다는 거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KASA) 회장은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처럼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반향이 크다”며 “자율주행은 데이터 확보가 관건인데 (정부는) 위험 회피를 우선시하는 정책 방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위협에 대한 반발 심리도 존재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은 ‘운송’의 영역에서 먼저 자리 잡게 될 텐데 무인택시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저항이 세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