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자냐, 공범이냐… ‘계엄의 밤’ 국무회의 복원중

입력 2025-06-30 18:55
한덕수(가운데)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이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계엄 해제 후 긴급 소집된 회의를 마친 뒤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내란 특검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직권남용 피해자인지, 내란 공범인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검찰·경찰 단계 진술을 토대로 지난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추궁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 특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전 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검찰 계엄특별수사본부, 경찰 비상계엄특별수사단 진술을 토대로 지난 28일 윤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특검 관계자는 “경찰 특수단과 검찰 특수본에서 확보한 국무위원들의 진술은 방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팀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서로 나눈 대화를 최대한 복원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려고 국무위원들을 부른 것인지,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 행위를 일부 뒷받침한 측면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도 입건된 상태다.

특검 내부에서는 국무위원들의 수사 절차상 신분인 참고인, 피의자 여부를 정하는 데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특검 관계자는 “국무회의 참석자들의 경우 참고인이 될 수도,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며 “내란 공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현 단계에서 직권남용 피해자라고 단정 짓는 건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로선 특검이 국무위원들의 수사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특검은 소환 일시·장소를 언론에 공개한 윤 전 대통령 사례와는 다르게 국무위원들은 비공개 소환할 전망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 29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추가 조사를 통해 국무회의 관련 진술을 최대한 확보한 뒤 한 전 총리 등을 소환해 ‘정밀 복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각 국무위원의 운명은 계엄 선포 과정의 개입 정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적극 가담한 정황이 드러난 경우 직권남용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일부 국무위원도 경우에 따라 공범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은 계엄 당시 국무회의 상황을 재구성하려는 차원에서 이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조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