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컵빙수 흥행… “제발 그만 주문해줘요” 알바생은 ‘비명’

입력 2025-07-01 00:20
메가커피가 선보인 1인 빙수의 모습. 메가MGC커피 제공

프랜차이즈 카페마다 올여름 내놓은 가성비 컵빙수 열풍에 ‘알바생의 비명’이 얹어졌다. 커피 등 일반 음료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가는 제조 공정 탓에 직원들은 과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온라인상에는 “경쟁사 빙수가 더 맛있다”며 소비자를 다른 매장으로 돌려보내는 ‘역(逆)마케팅’ 사례까지 번지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갈아 넣어 만든 여름 특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MZ세대의 ‘웃픈’ 노동 경험이 역설적으로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카페업계에 따르면 메가MGC커피가 지난 4월 말 선보인 컵빙수 2종(‘팥빙 젤라또 파르페’·‘망빙 파르페’)은 약 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40만개를 돌파했다(6월 22일 기준). 5000원이 안 되는 가격에 출시된 컵빙수 2종은 한 달 만에 50만개가 팔렸다. 지난 5월 17~22일 닷새 동안 60만개가 추가로 판매되는 등 가속도가 붙었다. 매장별로는 “분당 25잔씩 나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부 점포에서는 문을 연 지 30분 만에 재료가 모두 동나기도 했다.

가성비 빙수가 인기를 끌자 잇달아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 컴포즈커피는 ‘팥절미 밀크쉐이크’, 이디야커피는 팥 인절미·초당옥수수·망고 그래놀라 맛 등 1인 빙수 4종을 선보였다. 가격은 4000~6000원대로 책정됐다. 커피 한 잔 가격에 살 수 있는 빙수라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문제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제조 공정이다. 커피 한 잔은 1~2분이면 완성되지만, 컵빙수는 평균 10분 이상 걸린다. 얼음을 갈고 젤라토와 토핑을 차례로 올려야 해서 과정도 복잡하다. 1인 근무가 잦은 저가 커피전문점 특성상 대규모 주문이 몰리면 일반 주문을 받으면서 3시간에 60잔 이상의 컵빙수를 혼자 처리하기도 한다.

현장 노동을 갈아 넣어 만드는 흥행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더본코리아 커피전문점 빽다방의 ‘500원 아메리카노’ 이벤트도 비판적 시선을 받았다. 일부 빽다방 가맹점에선 고객 폭증에 따라 직원의 과로가 이어졌고, 실제로 점주가 쓰러지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본사는 ‘통 큰 프로모션’ 이미지로 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알바생의 ‘푸념’이 오히려 입소문을 띄운 측면도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 한 메가커피 알바생이 “얘(빙수)는 주문 한 건만 들어와도 눈물 닦는 데 5분”이라며 올린 게시글은 이날 기준 1만7000회 이상 리트윗됐다. 이후 이디야·컴포즈·메가커피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 매장은 마감” “옆집이 더 맛있다” 등 이른바 ‘빙수 폭탄 돌리기’가 유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뚜레쥬르는 “뚜쥬 알바생분들께 죄송합니다, 뚜쥬에도 컵빙수 팔아요!”란 안내문을 매장에 붙여 유행에 탑승하기도 했다. 카페업계 한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서 빠르게 번진 ‘제발 그만 주문해 달라’는 알바생 푸념이 컵빙수 인기를 키운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저가커피의 주된 소비층이자 매장 인력인 MZ세대가 ‘웃픈’ 노동 경험을 놀이처럼 공유하면서 역설적으로 홍보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인기로 과중한 업무 부담이 누적되면 ‘알바대란’으로 이어져 구인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염이 이어질수록 빙수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인력 과부하를 해결하지 못하면 ‘알바 대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프로모션 속도 조절과 매출 대비 인건비 보조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