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역 산업 구조 전환을 이끌 ‘정책금융 수단’인 모펀드 결성을 완료하고, 이르면 9월부터 본격적인 기업 투자에 나선다.
부산시는 총 551억원 규모의 ‘부산 미래산업 전환 펀드 1호’ 모펀드를 조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2월 조성 계획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의 결실이다.
이 펀드는 지역 산업 구조 개편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 성격의 정책자금이다. 출자에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500억원을, 부산시와 산업은행이 각각 41억원, 10억원을 보탰다.
모펀드는 연간 약 2600억원 규모의 자펀드로 증폭돼 실제 기업 투자 재원으로 쓰인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모펀드를 운용하고, 민간 운용사가 이를 기반으로 민간 자금을 매칭해 자펀드를 구성한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산업 전환과 고도화에 투입된다.
‘모펀드-자펀드’ 구조는 정책자금의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높이기 위한 방식이다. 부산시는 금융위원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후순위 출자 구조를 설계해 민간 투자자의 위험 부담을 줄였고,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참여하면서 금융권 신뢰도를 높였다.
투자 대상은 조선기자재, 자동차부품 등 전통 제조업에서 디지털·친환경 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들이다.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 구축, 미래 차 부품 전환, 탄소 저감 기술 도입 등 현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시는 연간 지역 기업 46곳에 대해 기업당 100억~5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7~8월 중 자펀드 운용사를 공모해 선정한 뒤 9월부터 자펀드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내 ‘1호 지역 투자기업’ 배출이 목표다.
지난 24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펀드 설명회에는 지역 기업과 금융기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시는 향후 9년간 매년 같은 방식으로 모펀드를 조성해 총 4959억원 규모의 모펀드를 기반으로, 2조30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단계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지자체 단독으로는 드문 장기·대규모 산업전환 프로젝트로, 지역 혁신 금융의 선도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산업 구조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펀드를 통해 지역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부산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