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관련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하자 상표권 출원과 서비스 도입 등 초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몇 년 전 메타버스 열풍 당시처럼 주가 부양에 초점을 맞춘 행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게임 업계도 이에 발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넥써쓰는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BNB체인’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x’를 등록하고 국내에 상표 출원을 완료했다. 이 외에도 넥써쓰는 미 달러, 일본 엔, EU 유로에 기반을 둔 ‘USDx’ ‘JPYx’ ‘EURx’ 발행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자회사 위믹스 재단은 자사 메인넷 ‘위믹스3.0’에 스테이블코인 연계 토큰 ‘USDC.e’를 정식 도입했다. USDC.e는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위믹스3.0 메인넷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토큰이다.
IT 기업 중에선 카카오가 적극적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했다. 이 소식에 지난달 24일 관련 계열사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3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새 먹거리 발굴로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암호화폐가 들어간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가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게임사가 스테이블 코인 테마에 뛰어드는 건 사업과 무관한 ‘주가 띄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메타버스 때와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포장지로 활용되면서 기술적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테마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기술이나 생태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만 기대다 보면 결국 투자자와 게이머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