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퇴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후보 교체 파동의 혼란 속에서 보수 재건의 임무를 맡았던 김 위원장은 이른바 ‘5대 혁신안’에 대한 전 당원 투표를 추진했으나 옛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구 주류 세력의 반발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90년생으로 당내 최연소 의원인 김 위원장의 좌절은 기득권 정치의 폐해와 혁신 없는 우리 정치의 자화상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김 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며 “기득권 구조를 혁파해 국민의 보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분란을 촉발한다며 줄곧 김 위원장의 앞길을 막았던 구 주류 세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 교체 파동 직후 김문수 당시 대선 후보의 지명을 받아 6월 15일부터 비대위원장을 맡아 47일간 당을 이끌었다. 그는 대선에서 국힘이 패배한 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과정 진상 규명 등이 포함된 다섯 가지 혁신안을 제시했으나 당내 알력 다툼으로 인해 혁신안의 찬반을 묻는 투표조차 성사시키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전 당원 투표가 무산된 데 대해 “결국 ‘이 당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이후 국힘의 개혁 의지를 점수로 말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빵점”이라고 자평했다. 그가 비대위원장으로서 모든 일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다 바꿀 혁신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는 평가는 정확해 보인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막장 드라마 같았던 대선 후보 교체 사태의 책임을 묻지 않고서 앞으로 갈 수는 없다. 제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향후 보수 유권자들의 대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국힘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