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돈 먹는 하마’ AI 비서 기능, 유료화 전환은 딜레마

입력 2025-07-01 00:12

이동통신사의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AI 서비스의 수익화 전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연내 유료화가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현재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AI를 차세대 먹거리로 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AI로는 돈을 벌지 못하는 딜레마 상황인 것이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무료로 제공되는 자사 AI 서비스 ‘에이닷’의 유료화 시점을 유심 해킹 사태 대응 종료 이후로 미뤘다. LG유플러스도 ‘고객 반응과 수용성 등을 고려해 추후 검토 예정’이라며 유료화에 선을 긋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두 회사가 이른 시점에 AI 음성비서에 대한 유료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AI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양사에 AI 음성비서는 AI가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는지를 시험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졌다. 앞서 SK텔레콤은 2028년까지 총투자액의 33%를, LG유플러스는 3조원 이상을 AI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렇다 할 수익 구조는 여전히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해킹 사태가 주요 변수가 됐다. SK텔레콤으로서는 이후 두 달여간 경쟁사에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아오는 게 급선무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SK텔레콤을 이탈한 가입자는 약 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AI 음성비서 유료화를 시도했다가는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LG유플러스도 유료화를 선제적으로 선언하기는 부담스럽기가 마찬가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로서는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먼저 유료화하는 것을 지켜보고 시장 반응을 충분히 분석한 뒤 수익화에 뛰어들어도 손해가 없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통신 3사 모두 고객에게 유료 구독을 유도할 만한 독보적인 기능이나 경험을 구축하지 못한 게 보다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미 자사 생산 스마트폰에 지능형 AI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터넷 연결 없이 통역과 통화내용 요약을 지원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선보이며 AI 음성비서의 유력한 대체제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련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KT도 고객이 돈을 내고 쓸 만큼 차별화된 앱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통신사들은 새로운 기능을 계속해서 추가하며 자사 서비스를 대체 불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에이닷에 ‘노트’와 ‘브리핑’ 등 신기능을 추가한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음성으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AI로 기록해 남기거나, 일상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도 지난 26일 AI로 위·변조한 딥보이스를 자체적으로 잡아내는 ‘안티딥보이스’를 익시오에 적용하고 ‘안심지능’을 새 트렌드로 제시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