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6월 초 서울 여의도광장. 100만명 가까이 몰린 빌리 그레이엄(1918~2018) 목사의 초대형 전도집회에 엄마와 함께 참석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박정원(60·신소애여성의원) 대표원장은 ‘결단의 시간’에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모태신앙을 품은 그는 초등학교 시절 전국 성경암송대회에 매년 참가해 4차례나 전국 1등을 거머쥐었다. 대학 시절에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의료봉사단인 ‘아가페’에서 6년간 활동하며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을 다졌다.
선교사 서원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는 영혼을 구하는 선교사 대신 여성성을 살려내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병원을 운영했지만 몇 년 전 병원명을 ‘신·소·애’로 바꿨다. 믿음(信) 소망(所) 사랑(愛)의 뜻을 담은 한자어로 고린도전서 13장의 말씀을 의료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원장은 조기폐경(조기 난소부전) 환자들의 ‘희망 등대’다. 조기폐경은 40세가 되기 전 난소 기능이 멈추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4만5000명 정도가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20, 30대 여성(약 640만명) 140명 중 1명꼴인데, 최근 10년간 매년 3.7%씩 환자가 늘면서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박 원장은 조기폐경 환자들에게 ‘난소 줄기세포’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신소애여성의원은 2023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은 뒤 이 치료법을 시술하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환자 본인의 배 부분 지방을 채취한 뒤 재생 능력이 뛰어난 세포 성분(기질혈관분획·SVF)을 분리해 난소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손상된 난소를 되살리는 이 치료법은 기존 호르몬 치료가 단순히 증상만 억제하는 것과 다르다. 환자들은 자연스러운 배란과 함께 월경을 할 수 있게 되며 자연 임신을 기대할 수 있다.
30일 서울 강남구 진료실에서 만난 박 원장은 “하나님께서는 우리 몸에 놀라운 재생 능력을 허락해 주셨다”면서 “자신의 몸에서 나온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적다. 난임 여성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영혼 구원과 함께 생명을 살리고 가정의 행복을 되찾아 드리는 일도 하나님의 뜻”이라며 “여성질환 연구와 항노화 분야의 글로벌 최고를 지향하는 통합 여성의학 병원으로 발전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