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영화지만 1191만명을 동원한 영화 ‘파묘’(2024)는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다. 이 글에선 장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 ‘검은 사제들’(2015)을 말하고 싶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필자가 목회하는 꿈이있는교회에 출석하고 있고, 교회가 만들었던 단편영화 ‘버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장 감독이 만드는 영화 장르가 오컬트이지만 중요한 기독교적 코드가 숨어있음을 필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설교자인 필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된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악령에 들린 소녀를 구마 의식을 통해 구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런데 그 악령은 보통 악령이 아니었다. 가정이지만 소위 악령을 물리치고자 결성된 가톨릭 비밀결사 ‘장미십자회’에 의해 규정된 열두 악령 중의 하나로 동아시아 참사를 주도하는 악령이었다. 그 악령은 이미 교황청에서 보낸 구마사제마저 제거할 만큼 강력했다. 이에 한국의 유명한 구마사제 김 신부(김윤석)와 보조 최 부제(강동원)에 의해 제거하는 내용이 전체 영화의 줄거리다.
그 악령을 내쫓는 구마 의식은 쉽지 않았다. 처음 구마 의식에 참여했던 최 부제는 강력한 악령의 공격 때문에 두려움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금 도망치는 자신의 모습에서 과거 여동생이 개에게 물려 죽을 때 도망쳤던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것은 오랫동안 그를 누르고 있던 트라우마였다. 두려움 속에서도 더는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고 깨달은 그는 현장으로 돌아온다. 그때 김 사제가 하는 말이 놀라웠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동생이 더 작아서 그런 거야. 짐승은 절대 자기보다 큰 놈한테 덤비지 않아. 그리고 악도 언제나 우리를 그런 식으로 절망시키지. 너희들도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그런데….”
이 대사는 강력하게 다가왔다. 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한 방에 정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시편 기자가 노래한 것처럼 우리는 어떤 피조물보다 놀라운 존재로 ‘하나님보다 조금 못한’(시 8:5) 정도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대적하면 귀신 같은 것들은 우리에게 범접도 못 하는 것이 진실이다. 그래서 성경은 그 방법을 이렇게 가르친다.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약 4:7)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어.” 압도적인 대사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정리됐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확증하는데 그 방법이 놀라웠다. 소위 장미십자회가 인정한 주요 악령 열두 마리 중의 하나, 완벽하게 숨겨진 강력한 악령의 값을 새끼 돼지에 집어넣는 것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돼지 새끼 정도에다 집어넣어도 될 만큼 하찮은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 돼지 새끼를 한강에 던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나는데 정확하게 거라사 지방 어느 무덤 사이에 쇠사슬에 묶여 있던 귀신 들린 사람에게서 예수님이 귀신을 내쫓던 장면을 빌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거룩한 인간에 대한 통찰력,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묘사. 이 영화의 강력함이었다. 장 감독의 영화가 의미 있는 이유다. 분명 여름철 오컬트, 공포 영화가 범람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흥행에 초점을 맞춰 단순히 놀라게 하는 공포와 영화를 본 후에도 개운치 못한 결말로 이끄는 영화가 아니라 검은 사제들처럼 성경적 시각이 녹아 들어 있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한순간이라도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을 가볍게 취급하고 비참하게 여기는 영화가 아니라 말이다.
하정완 목사 (꿈이있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