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정치인의 신앙

입력 2025-07-01 03:03

이틀 동안 진행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 공방을 벌이다 파행됐다는 뉴스를 듣고 무기력감이 엄습했다. 열세 명의 청문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답답했다. 후보자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고, 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야당의 위원들 몇 명도 그리스도인이다. 한 여당 위원은 질문에 앞서 두 차례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그가 늘 들고 다니는 낡은 성경책을 펴서 한 구절을 읽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청문회는 여당과 야당의 난타전으로 막을 내리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지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여당의 자리를 차지한 정치인들은 후보자를 옹호했고, 졸지에 야당이 된 정치인들은 후보자의 흠을 부각해 낙마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우리는 이런 청문회에 익숙하다.

그래도 나는 정치 공방을 벌이는 청문 위원들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신앙의 흔적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혹시 그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부드럽게 안아주며 말해주고 싶다. 여야를 떠나 서로를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로 대하라고. 서로 미워하지 말라고.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