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이제 다시 관세 협상이다

입력 2025-07-01 00:32

6월 한 달 국내 증시는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6월 중(27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13.3% 급등하면서 월간 상승률 기준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왕따와 같았던 국내 증시가 이제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및 인공지능(AI) 투자 등 강력한 신정부 정책 기대감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한 주식시장 육성 정책에 투자자들이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외 각종 불확실성 완화도 국내 증시 상승 랠리에 기여했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중동발 유가 불안이 조기에 해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란 핵시설 공습이라는 힘의 논리가 성공하면서 중동발 원유 공급망 차질 우려가 해소된 것이 국내 증시 랠리에 큰 기여를 했다.

미국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촉발됐던 국채 금리 상승세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규모 감세안 추진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가 미국 국채시장 불안, 즉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러나 재정적자 축소 및 미국 국채 수요 기반을 늘리기 위한 정책 및 조치들이 가시화되면서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육성에 미국이 적극 나서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법정 화폐나 원자재와 같은 준비 자산에 가격을 고정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미국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장 육성을 위해 지니어스 법안을 마련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확대될 경우 달러 패권 유지는 물론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기초자산인 국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초대형 은행들의 미국 국채 매수 여력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과 서방국의 갈등도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국방비 지출 확대를 위한 요구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측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나토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까지 방위비를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남아 있는 불확실성은 관세 협상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다. 이 두 불확실성은 서로 연동돼 있다.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면 연준은 즉각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당장 마감시한이 오는 8일로 다가왔지만 미국과 주요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시한이 너무 촉박하다. 영국을 제외하고 관세 협상을 타결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제2의 상호관세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백악관이 관세 협상 시한을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선의로 협상하고 진전을 이루는 국가들에는 기한을 미뤄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한 광인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국가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빠른 협상 타결이 필요한 이유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증시가 큰 랠리를 보이고 소비자심리지수도 급등하는 등 경기에 다소 훈풍이 불고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조기에 타결해야 한다. 국내 증시의 추가 랠리 및 조기 경기 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