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올해도 좌절됐다. 지수 편입 전단계인 관찰대상국 명단에도 등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은 빨라야 2028년 6월에나 선진국 지수 편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선진국으로 분류된 9개국 가운데 주식시장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경제력은 선진국이지만 주식시장 시스템은 신흥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기관의 대규모 투자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투자은행들의 추정에 따르면 외국인 자금 순유입 규모는 최대 40조원에 이른다. 또한 한국 주식시장 시스템이 선진국 기준에 부합되는 수준으로 개선됐음을 공인받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여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어떤 문제로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일까. MSCI는 외국인투자자의 한국 주식시장 접근성에 지속적으로 낙제점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는데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은 원화의 역외 외환시장 부재와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역외 외환시장이란 원화가 한국 영토 밖에서 외국 통화와 거래되는 시장이다. G20 국가 통화 중에서 역외 외환시장이 없는 것은 원화뿐이다. 정부는 최근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MSCI는 이러한 조치가 역외 외환시장의 기능을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현재 원화는 뉴욕, 홍콩 등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24시간 동안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고, 한국 내 시장에서만 환전할 수 있다. 이러한 폐쇄적인 외환시장 구조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원하는 시점에 원화로 환전해 한국 증시에 투자하거나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결국 한국 자산의 투자 매력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강력한 외환 통제의 근거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험했던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트라우마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는 20여년이 지난 현재 한국 경제의 위상과는 맞지 않는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경제 규모, 견고한 수출, 세계 10위 수준의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현재 한국 경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부 충격에 대한 복원력이 강해졌다. 금융 고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이제는 환율 변동성에 대한 막연한 우려라는 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시점이다.
MSCI의 또 다른 핵심 비판은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며, 이는 공매도 정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여론과 정치적 논리에 따라 반복된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와 재개 조치는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 심각한 ‘규제의 불확실성’을 초래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이러한 돌발적인 규제 변화의 위험은 근본적인 투자 기피 요인이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가는 길은 명확하다. 첫째, 정부는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는 역외 원화 시장 개설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이제 환율 변동의 위험을 충분히 감내하고, 원화 국제화라는 더 큰 이익을 추구할 체력을 갖추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단기적인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시장 정책을 보호할 수 있게 모든 시장 제도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절차를 통해서만 변경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
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