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배양육 vs 자연육

입력 2025-07-01 00:40

농장 대신 시험관에서 생산하는 고기, 배양육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리둥절하게도 윈스턴 처칠의 이름이 나온다. 1931년 에세이 ‘50년 후’에서 처칠은 예언하듯 배양육의 도래를 이렇게 적었다. “가슴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불합리에서 벗어나 특정 부위를 따로 재배하는 합성식품의 시대가 올 것이다. 천연식품과 똑같아 식탁의 즐거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방면에 걸친 그의 미래 상상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던 배양육 연구는 에세이 제목보다 20년 더 지난 200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 맛을 내는 대체육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연구자들은 처칠의 말처럼 ‘천연식품과 똑같은’ 동물성 단백질에 눈을 돌렸다. 동물의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몇 주 배양해 단백질 조직을 얻는데, 2013년 그렇게 만든 첫 배양육 햄버거의 원가는 무려 4억원이었다. 임신한 암소의 태아 혈청을 뽑아 만드는 배양액이 워낙 비쌌다.

이후 빌 게이츠 같은 이들이 투자에 나서고 무혈청 배양법이 개발되면서 4800만원 미트볼, 640만원 소고기 등으로 단가를 낮춰 왔고, 2021년 국내 업체가 해조류를 이용해 만든 한우 배양육 원가는 100g에 2000원까지 낮아졌다. 2030년이면 대다수 품종에서 배양육이 자연육보다 싸질 거라고 한다.

지난주 배양육 관련 정반대 뉴스가 나란히 들려왔다. 호주가 배양 메추라기 시판을 허용해 싱가포르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배양육을 식품으로 승인한 네 번째 국가가 된 반면, 카우보이의 땅 텍사스주는 배양육 판매 금지법을 제정해 이를 시장에서 몰아낸 미국의 일곱 번째 주가 됐다. 축산업계 로비에 그 표를 의식한 주정부가 자연육 편에 섰다.

식물성 대체육은 가짜 고기라면서 ‘고기’란 상품명을 문제 삼던 축산업계가 동물성 배양육에는 아예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로비와 규제로 맞서고 있다. 시험관 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커질수록 인류의 단백질 공급원을 둘러싼 배양육과 자연육의 ‘고기 전쟁’은 더욱 거칠어질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