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알래스카 프로젝트 불확실성에 눈치보기

입력 2025-06-30 00:11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가 한·미 관세 협상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실제 사업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한국으로서도 에너지 사업과 철강, 조선, 건설 등의 사업 수주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물밑에서 참여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구체적 요구 사항과 사업의 수익성 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보니 명확한 참여 의사를 드러내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최근 더그 버검 미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 해안가 프루도베이, 포인트톰슨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무려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남부 니키스키항까지 보낸 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니키스키에서 한국까지 LNG 수송 기간이 7~10일에 불과하고 파나마 운하 통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어 안정적으로 LNG를 수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가스전이나 LNG 사업을 운영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나 SK이노베이션 E&S, GS에너지 등이 참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또 가스를 운반할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LNG 수입 과정에서 LNG선 건조 필요성 등에 따라 철강, 건설, 조선 등 기업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수면 아래서 타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주관사인 미국 에너지개발사 글렌파른은 이달 초 전략적 파트너사 선정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의 장비와 자재 공급, 서비스, 투자까지 모두 합치면 총사업 규모가 1150억 달러(약 15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로젝트 참여 대상으로 거론된 에너지 기업들은 다소 신중한 기류다. 후보군으로 거론된 한 기업 관계자는 29일 “아직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알래스카 프로젝트 가동 목표 시점으로 잡은 2031년 LNG가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철강이나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할 수 있다면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기업도 있지만 여전히 미국 측이 정말 원하는 게 LNG 구매인지, 파이프라인 건설인지 불분명하다”며 “정부가 이를 파악해서 기업에 알려주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도 동토(凍土·언 땅)층이 많은 알래스카 특성 때문에 파이프라인 설치와 유지 관리 등에서 예상 밖의 난관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