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대면조사에선 과거 전직 대통령 조사 때와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티타임을 생략했으며 대면조사에 경찰을 투입했다. 수사 초반 체포 저지와 비화폰 삭제 혐의를 입증해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특검의 의지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특검은 전날 윤 전 대통령 조사 전 별도의 티타임을 마련하지 않았다. 대신 박억수 장우성 특검보가 윤 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단과 면담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조 특검이 사무실) 내부에 머무르면서 조사 내용을 보고받고 지휘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특검과 윤 전 대통령의 티타임 여부는 두 사람의 질긴 인연과 함께 주목받았다. 2017년 조 특검은 서울고검장으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하며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됐다. 2019년 문무일 전 총장이 물러나면서 한 기수 아래인 조 특검 총장설이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조 특검보다 네 기수 아래인 윤 전 대통령을 총장으로 파격 발탁하면서 조 특검은 검찰을 떠났다.
티타임이 생략된 것은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2017년 최순실특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노승권 전 중앙지검 1차장과 약 10분간 티타임을 가졌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중앙지검에 있는 특수1부장실에서 한동훈 3차장과 약 20분간 티타임을 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최순실특검에서 근무했던 한 법조인은 “특검이 수차례 윤 전 대통령을 부르겠다고 한 만큼 첫 기싸움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이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을 투입한 점 역시 윤 전 대통령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란 특검이 체포 저지 및 비화폰 기록 삭제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이미 한 차례 청구했던 만큼 해당 수사를 담당했던 박 총경 대면 조사는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 압박감을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박 총경에게 대면 조사를 1시간 받은 후 돌연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도 박 총경의 조사 배제를 요구하는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을 향해 수사 가능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실제로 담당 검사나 경찰 등이 피의자로부터 고소·고발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단순히 피고발인이 고발인을 조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