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고 온유한 자에게 부흥 임할 것”

입력 2025-07-01 03:07
케빈 브라운 미국 애즈버리대 총장이 켄터키주 윌모어 학교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년 2월 8일 미국 켄터키주 윌모어의 애즈버리대 휴즈 예배당. 정기 수요예배에서 시작된 기도회는 회개와 찬양이 멈추지 않았다. 기도와 찬양은 16일간 밤낮없이 이어졌다. 이 놀라운 소식은 대학을 넘어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참여했다. 이 부흥은 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어났기에 전 세계 교회는 다음세대를 향한 하나님 은총을 갈구하게 됐다. 국민일보는 최근 애즈버리대를 방문해 케빈 브라운 총장을 만나 ‘부흥 그 이후’를 들었다. 브라운 총장은 애즈버리대의 부흥을 ‘아웃포어링(outpouring·분출, 터져나옴)’이란 말로 표현했다. 애즈버리대는 1890년 설립됐다. 감리교 전통에 속해 있지만 교단과는 관계가 없다.

2년 전 애즈버리대 부흥의 현장이었던 휴즈 예배당 전경.

-총장으로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학문적 엄격함이나 지성주의를 추구해 졸업생들이 어디서나 쓰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동시에 기독교 정체성을 중시한다. 이는 단순히 기독 대학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교육은 정보(information)가 아니라 형성(formation)이다. 우리는 학생을 어떤 제품을 만들듯 조립 라인을 따라 그들의 뇌를 채우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한 인격체로 본다. 학생들의 신앙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쳐 빛과 소금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학생들의 기독교적 정체성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학생들은 성경 수업과 신학 수업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고 기숙사에서도 예배를 드린다. 애즈버리대 교직원은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제자 양성에 동참한다. 다음세대를 ‘수정 세대(corrective generation)’라고도 부르는데 그들은 인터넷 SNS 휴대폰 등으로 연결되고 수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는 바로 이 세대가 현대 교회를 괴롭히는 몇 가지 문제를 변화시키는 수정 세대로서 쓰임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속화 시대 속에서는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전도자 집시 스미스는 ‘5복음서’를 말했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 그리고 크리스천이다. 세상 사람들은 4복음서를 읽지 않지만 5복음서인 크리스천은 읽는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그런 모델을 제시하려고 한다.”

애즈버리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기도할 수 있는 학교 내 ‘기도의 집’ 모습.

-2년 전 부흥을 직접 보셨다.

“깊은 영적 갈망을 보았다. 마태복음 5장 6절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 대학 구성원들은 아웃포어링 당시 주님이 무엇을 하고 계신지 보라고 사람들에게 권했고 전 세계에서 온 수만 명의 경건한 나그네를 환대했다. 강렬했던 것은 학생들이었다. 예배 리더 중 한 명은 청년들이 기도할 때 불안 우울 자살 중독 등에 대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기도회 마지막 날 휴즈 예배당에 1500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누군가 외쳤다. ‘여러분은 불안 우울증 자살 중독으로 정의되는 세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청년들은 자신들을 묶어놓은 수많은 사슬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부르짖었다.”

-애즈버리대 역사를 보면 여러 차례 부흥이 있었다.

“교수진 중 한 명이 멋진 말을 남겼다. 애즈버리대는 강바닥 같다는 것이다. 물이 오면 어디로 흘러갈지 알고 성령이 오면 어디로 흘러갈지 안다. 저는 어떤 이유에서든 하나님께서 수십 년 동안 이 학교를 사용하기로 선택하셨다고 생각한다. 왜 2년 전 부흥을 주셨을까.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스튜어트 목사의 말처럼 그것은 절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서구는 지금 절망 속에 있다. 리디머교회 창립자인 팀 켈러 목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칼럼이 있다. 2023년 2월 5일자 아틀란틱(Atlantic)에 실렸고 제목은 ‘미국 기독교는 부흥이 필요할 때다(American Christianity is due for a Revival)’였다. 애즈버리 부흥 3일 전이었다.”

-부흥 이후가 궁금하다.

“부흥이 일어났던 곳을 애즈버리대나 윌모어라는 지역에 국한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지금 미국과 전 세계에서 무언가를 하고 계신다. 지난 2년간 미국 전역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새로운 헌신과 열정이 일어났다. 성서공회는 사람들이 성경을 더 많이 읽는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2023년 출범한 전도 프로젝트 ‘개더(Gather) 25’에는 전 세계에서 700만명이 참여했다. 개더 25는 세계 25억명의 기독교인들이 복음을 전하자는 운동이다.”

-부흥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 통회하는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님은 어떤 일을 하실 거라는 점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마케팅 광고의 노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진실함이 더 중요해졌고 사람들이 교회에 던지는 질문도 바뀌었다. 사람들은 기독교가 참인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좋은지를 묻는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실천해야 한다. 사도바울이 고린도후서 3장에서 표현한 것처럼 ‘너희는 우리의 편지’여야 한다. 그 편지는 제5복음서처럼 복음으로 호흡하며 걷고 말하는 우리 삶이다.”

-미국의 Z세대를 어떻게 보는가. 그들의 갈망은 무엇인가.

“미국 Z세대는 병리적 관점으로 정의된다. 그들은 불안하고 우울하며 제도권에 회의적이다. 그래서 이 시대에 대해 냉소적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변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들은 의미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인가에 참여하고 싶어하며 진정성에 매우 민감하다. 그들은 진정성 있는 무언가에 자신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

윌모어(미국)=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