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권 예·적금 비과세 제도는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재명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되던 조세 지출을 효율화하겠다며 고삐를 죄고 있는데 대상에 ‘상호금융권 예·적금 비과세’가 올라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재정 효율화를 위해 올해 78조원 규모의 조세 지출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 지출이 첫 번째 대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호금융권 예·적금과 출자금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이 법은 2022년 개정돼 올해 말 일몰이 예정돼 있다. 기획재정부가 심층 평가하고 있는데 다음 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권 비과세 제도는 1976년 도입됐다. 비수도권에 거주해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100% 누릴 수 없는 고령층 서민이나 NH농협과 Sh수협 SJ산림조합을 애용하는 농어임업인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 상호금융사는 수만원 수준의 출자금만 내면 누구나 준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어 상호금융권 비과세 제도가 ‘예테크’(예금+재테크)를 꾀하는 중산층의 투자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상호금융권 비과세 예탁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65조8945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NH농협이 63조1100억원으로 가장 많고 MG새마을금고 56조3950억원, 신협 33조9610억원, Sh수협 8조1979억원, SJ산림조합 4조2306억원 순이다.
이 제도로 지출되는 조세는 약 1조원 수준이다. 기재부는 앞서 상호금융권 비과세 제도의 일몰 연장이 결정됐던 2022년 세법 개정 때도 연장을 반대하고 저율의 이자소득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현재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오는 9월 1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라 더 많은 돈이 상호금융권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비과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재부 입장에 힘을 싣는다.
상호금융권은 비과세 제도가 폐지될 경우 예탁금의 3분의 1, 즉 50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 등 상호금융사가 경쟁력을 잃어 결과적으로는 고령층 서민과 농어임업인의 자산 형성 기반이 약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각 상호금융사가 여러 경로를 이용해 비과세 제도가 폐지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상호금융권의 주된 기반인 지방 민심을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상호금융권이 비과세 제도 출범 취지인 관계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상호금융권이 비과세 제도를 유지하려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돈을 벌기보다 조합원인 소상공인에게 무담보대출을 더 많이 내주는 등 업의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