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됐는데 여야 대치 상황이 심상찮다. 통상 정권 출범 초에는 여야가 국정에 협조해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돕기 마련이지만 지금 여야는 그런 허니문 기간은커녕 사사건건 충돌로만 치닫고 있다. 특히 이번 주 국회 본회의에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준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격돌할 조짐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불참 속에 법제사법위원장 예산결산위원장 문화체육위원장 운영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법사위원장 반납을 요구하며 국회 농성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총리 후보자 인준과 추경안이 여당 주도로 강행처리된다면 국회가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정부에서도 협치는 물 건너가고 ‘동물 국회’ 시즌2가 재연될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만나 화합의 뜻이 담긴 오색국수를 먹으며 협치를 얘기한 게 지난 22일이다. 그렇게 화기애애했다가 금세 극한 대결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에 대한 기만으로 비칠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울 땐 여야도 최대한 협조해 정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재산 문제 등 일부 문제가 명쾌히 해명되진 않았다. 자료 제출도 부실했다. 그런 만큼 여권은 야당이 문제 삼는 의혹에 대해 더 성의 있게 설명하고 인준에 대한 양해를 구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과거 거대 야당일 때 윤석열정부 첫 총리인 한덕수 전 총리를 인준하는 것을 용인했듯 새 정부의 출발에 대승적으로 협조하면 좋을 것이다.
추경 문제에도 여야가 적극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경 심사 일정을 정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민주당이 관례대로 여야 예결위 간사가 일정을 합의해 내실 있는 심사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추경은 신속하게 집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만큼 심사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여야가 총리 인준과 추경안 문제에 속히 합의점을 찾아 오는 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여권이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려면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과 같은 수적 우위를 내세운 힘의 정치를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107석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까지 무시하는 일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부터 그런 정치는 적극 만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오만한 행태가 계속 되풀이된다면 그땐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