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깬 ‘친근한 채플’… 학교 안 부흥의 열기를 일으키다

입력 2025-06-30 03:03
최근 경기도 평택시 한광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채플 시간에 학생들이 자리에 일어나 손뼉을 치며 찬양하고 있다.

“원래 수업시간에도 자고 주일엔 늦잠이 일상이었어요. 그런 제가 예배드리려 일찍 일어나는 게 저도 신기해요.”

최근 경기도 평택시 한광중에서 만난 3학년 이한결(14)군은 “사춘기로 방황하고 무기력했던 내가 밝아지고 성적도 올랐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춘기 정점일 나이, 이군도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크리스천도 아니었다. 변화를 이끈 건 ‘학교 채플’과 이를 통해 참여하게 된 찬양동아리 활동이었다.

기독 사학의 의무적 형식처럼 여겨지던 채플이 학생들의 삶에 친근하게 다가가며 삶을 변화시키는 장이 되고 있다. 한광중 채플도 그중 하나다. 매주 목요일 전교생이 참여하는 ‘채플데이’는 크리스천은 물론 신앙이 없는 학생들도 함께 즐거워하는 시간이다.

최근 채플데이에 맞춰 방문한 한광중 체육관에선 800여명의 남학생들이 찬양동아리 ‘드림’의 인도에 맞춰 뛰며 찬양하고 있었다. 학생자치회의 율동과 자작연극도 이어졌다.

한광중 채플도 과거엔 형식적인 순서와 딱딱한 분위기에서 예배가 이루어졌다. 2021년 부임한 김효진 교목은 “예배가 누구나 기쁘고 참여하고 싶은 시간이 되도록” 하나씩 바꿔나갔다. 예배 중 학생 사진과 이름을 예화로 소개하고, 아이스크림을 ‘출연료’로 제공하는 등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시도를 했다. “어린 시절 만난 하나님은 아이들과 평생 함께하실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채플 사역과 함께 창립한 학생동아리 ‘드림’은 채플 부흥의 원동력이자 비신자인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동아리원 30명 중 비신자 비중은 늘 절반 정도인데, 그중 10명가량은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동아리 운영은 모두 학생 주도다. 김민준(14)군도 “기타가 좋아서 동아리에 들어왔는데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 마음이 열렸다”며 “학업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기도하고 하나님 앞에 솔직해진다”고 고백했다.

전북 전주사대부고 체육관에서 학생 찬양팀의 인도로 예배가 진행되는 모습. 전주사대부고 제공

전북 전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전주사대부고)에서도 예배가 변화의 시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학교엔 고3 대상으로 인격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성품 채플’과 고1·2 대상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기독교 세계관을 전하는 ‘문화 채플’이 있다. 연말엔 ‘보이는 라디오’ ‘연말 시상식’과 같은 예능 형식을 도입한 성탄 채플이 진행된다. 14년간 사역해 온 손건 교목은 “학생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과거엔 억지로 앉아 있던 시간이 찬양 인트로 영상이 시작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교회를 다니고 싶다며 교목실을 찾는 학생도 나오기 시작했다. 소년원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기 시작한 학생도 있다. 손 목사는 “수치로 평가하지 않고 꾸준히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예배를 이어가는 것이 학교 선교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부산 이사벨고등학교는 2007년 졸업생인 전성곤 교목 본인이 비신자 출신 학생이었다. 그 시절 교사들의 사랑과 채플을 통해 예수님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박정호 교도관, 강원국 작가 등 기독 직업인을 초청해 신앙과 삶의 연결을 돕는 것도 한 노력이다. 2학년 박수현(16)양은 “찬양도 낯설고 기도도 어색했지만 점점 채플이 기다려지는 시간이 됐다”며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채플은 모든 학생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교목실엔 학생 누구나 언제든 들러 간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야간자율학습 때 치킨이나 피자를 나누며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전 목사는 “학교 사역에선 삶을 통해 복음을 보여줄 수 있다”라며 “한 사람의 헌신이 한 명을 살리고, 또 수십 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택=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