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단기계약 반납”… 영등포 상권 회복 ‘승부수’

입력 2025-06-30 00:21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이 서울 영등포점 운영권을 반납하고 재입찰을 통해 장기 임차를 추진한다. 최근 상권 침체와 매출 순위 하락으로 영등포점 위상이 약화한 만큼 장기 운영권을 확보한 뒤 전면 리뉴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가 과감한 투자로 낙후된 영등포역 일대 상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27일 국가철도공단에 영등포점 운영권에 대한 사용 취소를 신청했다. 현재 2029년까지 유효한 운영권을 반납하고, 철도사업법 및 국유재산특례법 개정에 따라 예정된 재입찰을 통해 최소 10년, 최대 20년의 안정적인 임차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롯데백화점이 영등포점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5년 단위 단기 계약으로는 대규모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영등포점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리뉴얼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리뉴얼 시작 전 장기간 영업 기간 확보를 위해 사용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등포점은 1991년 개점 이후 전국 백화점 매출 톱10에 들 정도로 높은 위상을 이어왔으나, 최근 매출 규모가 급감하면서 전국 30위권대로 밀려났다. 인근 타임스퀘어, 더현대 서울 등 대형 복합쇼핑몰이 잇따라 들어서며 소비자 유입이 분산됐고, 코로나19 팬데믹과 온라인 소비 확산도 매출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이번 입찰을 통해 최대 20년까지 장기 임차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등포점은 서울 서남권의 거점임에도 시설과 콘텐츠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라며 “안정적인 임차권 확보를 통해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기획(MD) 전환, 체험형 콘텐츠 강화 등 전면 리뉴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롯데 영등포점 리뉴얼이 영등포 상권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영등포역 일대는 오랜 기간 서울 서남권 교통과 유통의 중심지였지만 최근 낙후된 환경과 타 도심권 소비 집중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 영등포점이 위치한 영등포역사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지만 노숙인 밀집도가 높고 위생·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곳으로 방문객들이 장시간 체류를 기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는 본점, 잠실점, 인천점 등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 리뉴얼과 점포 복합화를 단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본점과 잠실점은 쇼핑, 외식, 여가가 결합된 ‘롯데타운’으로 탈바꿈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유입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

영등포 상권에서도 젊은 수요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경험 소비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공간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점포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며 “거리 환경을 과감하게 바꾸고 젊은 소비자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영등포 상권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