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후보자 ‘재판소원’ 언급 보니… “도입땐 심급제도 무너질 수도” 반대

입력 2025-06-29 18:43 수정 2025-06-29 19:08

신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환(사진) 전 대법관이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도입 시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소원 허용 법안을 두고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 다른 의견으로 충돌한 상황에서 양쪽 경험을 갖춘 김 후보자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로 기본권이 침해됐을 경우 헌재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에서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 파기환송한 후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소원 법안을 발의하며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2년과 2022년 재판소원 논란이 부상했을 때마다 김 후보자는 대법원 측 입장에 섰다.

헌재가 2012년 12월 정부 외부기관 위촉위원에게 뇌물죄를 적용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원의 법률 해석도 헌재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자 김 후보자(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실질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통제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현행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결정은 결국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가 사실상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법원행정처장 재직 시절에도 비슷한 견해를 냈다. 당시 헌재는 2022년 6월과 7월 잇달아 한정위헌 결정이 반영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해 8월 국회에 출석한 김 후보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법원의 입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확고부동하다”며 “대법원이 취한 해석을 제거하는 형태의 한정위헌 결정은 대법원 권한의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재판소원 문제 해결을 위해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2년 만의 대법관 출신 헌재소장이 오래된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헌재 부장연구관으로 재직하던 2008년 작성한 논문에서는 “법원이 최초의 심급 단계에서부터 기본권에 근거한 국민의 주장을 늘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며 “독일에서 시행되는 재판소원의 구체적 모습을 확인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법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