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세대 넘은 신앙 특훈의 계절”… 어른성경학교 문 활짝

입력 2025-06-30 03:00
남서울교회 교인들이 28일 서울 서초구의 교회 비전센터에서 조나단 에드워즈의 책을 들고 교회 여름방학 신앙훈련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인 28일 오전 8시, 평일 출퇴근 시간보다 이른 주말 아침에 남녀 50여명이 강의실에 모였다. 강의가 열린 곳은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 비전센터.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50여쪽짜리 소책자 7권을 들고 왔다.

학생들이 지참한 책은 ‘조나단 에드워즈 명설교 시리즈’(부흥과개혁사)로 이날부터 열리는 교회 ‘여름방학 신앙훈련학교’ 교재다. 이번 여름 신앙훈련학교는 다음 달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4주간 진행되는데, 성인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첫날 모인 수강생 연령대는 20~70대로 다양했다.

책 읽는 여름, 글 따라 성장

남서울교회 신앙훈련학교는 2012년 화종부 목사가 담임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여름방학 기간엔 신앙서적반이 열리고, 봄·가을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기독교교리’ 등의 강좌가 개설된다. 지금까지 여름에 읽은 책으로는 조나단 에드워즈가 엮은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생애와 일기’ 장 칼뱅의 ‘기독교 강요’ 존 파이퍼의 ‘하나님을 기뻐하라’ 존 스토트의 ‘온전한 그리스도인’ 등이 있다.

여름방학 시즌 독서 모임에선 영적 성장을 갈망하는 교인들의 진솔한 나눔도 들을 수 있었다. 조현(57) 안수집사는 “성경 외엔 연중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싶어 수강했다”고 전했고, 신송이(53) 권사는 “기독교 고전을 읽으면서 복음의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의를 맡은 윤주환 목사는 이날 참석 교인들에게 “18세기 대각성 운동의 주역이었던 에드워즈의 외침이 한국교회와 우리 개개인의 영적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되면 좋겠다”며 “에드워즈의 명설교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면서 세속의 욕망에 휩쓸리지 않는 믿음을 키우길 바란다. 적지 않은 물질과 지식을 누리는 우리의 인생 가운데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자”고 권했다.

경기도 분당다함교회(최정권 목사)는 다락방(소그룹) 방학이 있는 여름마다 교인들에게 추천도서 3권을 나누고 있다. 올여름 교인들이 읽을 책은 ‘하나님의 날개 아래’(복있는사람) ‘악한 분노, 선한 분노’(토기장이) ‘일상에서 만난 교리’(생명의말씀사)다. 최정권 목사는 “좋은 기독 서적들은 지성과 영성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신앙을 성장시킨다”며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휴가 시즌에 책을 읽으며 은혜와 쉼을 잘 누리길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른성경학교가 뜬다

부산 성민교회 어른성경학교 현장. 성민교회 제공

자녀세대의 몫으로만 여겨졌던 여름철 신앙 훈련을 전 연령층으로 확대한 교회들이 적지 않다. “영적 성장은 평생 학습”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성세대를 위한 여름 사역이 새로운 교회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 성민교회(홍융희 목사)는 지난 22일 ‘어른성경학교’를 진행했다. 2022년부터 해마다 마련하는 이 성경학교 참석자는 어른들이다. 어른성경학교엔 장로와 권사 등 중직자들도 모두 참여해 찬양하고 말씀을 듣는다. 홍융희 목사는 “장년층도 지속적인 신앙 성장을 위해 성경학교가 필요하다”면서 “어린 시절 교회학교와 성경학교 추억도 회상하게 되는데, 교인들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서울 남포교회(최태준 목사)는 10여년 전부터 장년 교인들을 대상으로 남포성경학교를 이어오고 있다. 성경학교는 구역 모임으로 분주한 봄·가을을 피해 여름·겨울에 5주간 열리고, 강좌는 5명 안팎의 부교역자들이 하나씩 맡는다. 올여름엔 ‘기독교 세계관으로 읽는 성경’ ‘다음세대를 위한 유산’등의 강좌가 지난 10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강선 목사는 “때가 되면 밥을 챙겨 먹는 것처럼 장년 교인들에게도 주기적인 신앙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걸으며 성경을 배우는 이색 성경학교도 준비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 더행복한교회(손병세 목사)는 교회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다음 달 19일 안산 시화방조제에서 ‘가치걷기’ 성경학교를 연다. 손병세 목사는 “쉽게 포기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끈기와 인내심,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의 힘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걷는 성경학교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이현성 장창일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