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검색창의 자동완성 키워드는 최신 관심사를 반영한다. 최근 유튜브 검색창에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을 입력하면 ‘실각설’과 ‘장유샤’ 순으로 자동완성 키워드가 나열된다. 장유샤는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으로, 최근 반중 성향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주장하는 ‘시진핑 실각설’의 중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통수권자인 시진핑은 장유샤와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제2부주석 간 상호 견제를 통해 군 내부 세력의 균형을 맞춰 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허웨이둥과 그 계파 인사들의 대외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장유샤가 권력투쟁에서 승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4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허웨이둥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하자 장유샤가 군의 실권을 잡았으며 시진핑의 권력에 도전하고 있다는 주장이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고위 간부와 원로들이 시진핑의 퇴진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시진핑 실각설’의 주요 얼개다. 이 소문은 시진핑이 7월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재확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5일 “시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리창 국무원 총리를 파견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유튜브와 블로그에선 “시진핑이 중국을 떠난 사이 내부 급변 사태를 우려해 원거리 해외 출장을 꺼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CMP는 올해 브릭스 의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 만찬에 초대했고, 모디와 불편한 관계인 시진핑은 ‘조연’으로 밀려날 것을 우려해 불참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소문만으로는 시진핑의 불참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한 뒤 지난해까지 브릭스 정상회의를 단 한 번도 외면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온라인 화상 회의 방식으로 참여할 만큼 성의를 보였다.
브릭스는 미국의 일극 체제에 맞서 다극화 기구로서 시진핑에겐 매우 중요하다. 브릭스는 인구와 에너지·식량 자원은 물론 구매력 평가(PPP)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 점유율에서 모두 주요 7개국(G7)을 앞질렀다. 올해에는 인도네시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여 몸집을 더 크게 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출범으로 서방국 동맹 체계에 파열음이 들려오는 올해 브릭스는 국제적 영향력을 더 확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진핑의 불참은 브릭스 정상회의의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뿌릴 것이 분명하다. 지난달 베이징을 찾을 만큼 시진핑의 브라질 방문에 공을 들였던 룰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의장국 브라질이 브릭스 협력을 추동하고 새로운 성과를 끊임없이 얻는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진핑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3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우려해 브라질 방문 대신 화상 회의로만 참석하기로 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ICC 체포영장을 언급하며 “브라질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을 잠시 멈춘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불참할 예정이다.
김철오 국제부 차장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