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검찰개혁 ‘화풀이’로 그치지 않으려면

입력 2025-06-30 00:33

기형적 형사사법제 반복된 ‘개혁’의 결과…
손보려는 의지보다 냉정한 논의 필요해

사상 초유의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이 돌아가는 중에도 검찰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20일 검찰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수입 축소 의혹과 관련된 고발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하자 여의도에서는 난리가 났다. 집권여당 신임 원내대표는 “수사를 핑계로 총리 인사에 개입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대통령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항명이자 선전포고” “장례식을 앞둔 검찰의 최후 난동”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 같은 날 선 말들이 쏟아졌다. 고발된 사건을 배당하는 기계적 절차에 온갖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는 현실. 이제는 낯설지도 않은 서초동의 풍경이다. 며칠 뭇매를 맞던 검찰은 지난 27일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검찰을 반드시 손보겠다는 정권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재명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검찰의 업무보고를 두 번이나 퇴짜놨다. 이재명 대통령 검찰 개혁 공약인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검찰 보고가 미흡했다는 이유인데, 돌려 말하면 검찰의 ‘반성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검찰 개혁의 키를 쥘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네 죄를 네가 알렷다’식 추궁에 검찰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 검찰에 대한 불신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 3월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에 항고하지 않은 판단이나 지난 정권 내내 김건희 여사에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진전된 수사 상황들이 마침 정권 교체 이후에야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이 상황을 검찰이 얘기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검찰 개혁이 새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국민 과반이 검찰 개혁에 찬성하는 현실은 그 의구심에 따른 것일 테다.

문제는 어떤 개혁이 될 것이냐다. 지금 검찰의 모습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됐던 검찰 개혁의 결과이기도 하다. 늘 뜯어고쳤는데, 어째 형사사법 체계는 더 기형적으로 변해 왔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고, 경찰에 수사권을 넘겼더니 한 사안에 검찰·경찰·공수처 3개의 기관이 동시에 수사를 벌이는 상황이 펼쳐진다. 수사권을 둘러싼 이 혼란상에 대한 우려는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정부의 개혁 방향은 애매하게 남아 있는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고 검찰을 기소 및 공소유지 기능만 남겨둔 ‘공소청’으로 격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방향이 과연 유익한 길인지는 모르겠다. 법조계 현장에서는 이런 방향에 대해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선택적 수사가 늘 문제지만 검찰이 오랫동안 쌓아온 수사력은 여전히 무시하기 어렵다. 이는 정권 출범 직후 곧장 가동된 3개 특검 모두 검찰 또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중심이 되어 있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반대로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해서는 개선되고 있다지만 아직 물음표가 따라붙는 실정이다. 수사 인력은 검찰에 비해 훨씬 풍부하지만 균일한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고도의 경제 범죄처럼 법리적으로 난도가 있는 사안의 경우 과거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때보다 수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변호사는 “문재인정부 때 ‘검수완박’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신속한 수사를 원하는 범죄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이든 중대범죄수사청이든 공수처든 간에 과거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될 또 다른 수사 주체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부족해 보인다.

검찰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가 타당한지부터 냉정하게 다시 짚어볼 일이다. 새 정부의 개혁이 그저 고분고분하지 않던 검찰에 대한 ‘화풀이’에 그쳐선 안 된다.

정현수 사회부 차장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