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당 스파이크’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 혈액 내 포도당, 즉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 이때 인슐린 호르몬이 나와 포도당이 몸속 세포로 들어가게 하면서 혈당이 떨어지게 된다. 식후 혈당이 ‘스파이크(spike) 하는 것’ 즉, 급격하게 올랐다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을 혈당 스파이크라 부른다. 의학용어로는 ‘혈당 변동성’이라고 하는데 당뇨병 환자에서 평균 혈당값 외에도 합병증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식후 고혈당을 조절해 혈당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서도 혈당 스파이크는 중요한 문제일까. 건강한 사람의 혈당은 일반적으로 공복 시 70㎎/㎗에서 식후 약 140㎎/㎗ 사이의 좁은 범위 내에서 조절된다. 하루 중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비율이 높고 혈당 변화 폭이 클수록 당뇨병이 더 일찍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비당뇨인의 경우에는 혈당 스파이크가 실제 합병증 발생에 미치는 위험도는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당뇨병 발생 이전에 식후 혈당이 일시적으로 다소 상승한다고 해서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급격한 혈당 상승이 인슐린의 과다 분비를 유도하고 이는 체지방 축적을 증가시킨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기반해 등장한 것이 ‘혈당 다이어트’다.
최근 채혈 없이 피부에 붙이는 센서를 통해 혈당을 연속으로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등장하면서 쉽게 혈당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활용해 자신의 혈당 변화를 실시간 확인하고 식후 혈당의 상승을 줄여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피하고 체중 증가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블로그, 유튜브 등에는 당뇨병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혈당 스파이크를 조절함으로써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연속혈당측정기가 체중 조절 도구로 주목받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서 혈당 스파이크는 일반적으로 짧고 혈당 상승폭도 크지 않아 평균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현재까지 비당뇨인에서의 혈당 스파이크 억제가 실제 체중 감소나 건강 개선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당뇨병이 없는 경우 혈당 스파이크의 감소, 비만 관리 목적으로 사용되는 연속혈당측정의 효과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혈당 스파이크 자체보다는 생활습관, 건강한 식사와 운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는 혈당 변동성의 조절이다. 당뇨병이 없더라도 채소, 포화지방이 적은 단백질, 통곡물 순으로 식사를 하면 식후 혈당의 상승을 줄일 수 있다.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채소를 곁들이고 포화지방이 적은 단백질(생선, 콩류 등),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것은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건강한 선택이다. 사탕, 과자, 초콜릿 같은 단순당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기 때문에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곡류, 우유, 과일류는 혈당을 일정 수준 올릴 수는 있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잡곡밥 등 좋은 탄수화물로 구성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전체 열량을 조절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다. 여기에 규칙적 운동을 더하면 혈당 스파이크 조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위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