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경기 중계 중 ‘코쟁이’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이상윤 해설위원이 공개 사과했다.
이 위원은 28일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려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쾌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위원은 지난 27일 김천 상무와 전북 현대의 K리그1 경기 중계를 맡았다. 그는 멀티 골을 터뜨린 전북의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아 콤파뇨를 두고 “이탈리아산 폭격기, 코쟁이”라고 표현했다.
이 위원이 콤파뇨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코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코쟁이는 ‘코가 크다는 뜻에서 서양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칠 수 있어 사용을 자제했어야 하는 표현이다.
이 위원은 “골 장면 이후 흥분된 상태에서 선수 기량을 칭찬하던 중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 의도와 상관없이 발언이 시청자들에게 상처가 됐고 인종차별적 맥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전북 선수단과 콤파뇨에게 깊이 사과한다. 더불어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모든 외국인 선수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계에선 인종차별적 발언이 금기시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여러 차례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발언이나 제스처에 피해를 보았다.
일부 축구팬은 이 위원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상벌 규정에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구단이나 선수, 관중을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해설위원은 징계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강신우 전 해설위원은 2019년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의 브라질 출신 선수 빈치씽코를 두고 “이만 하얗게 보인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뒤 사임했다.
중계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해설위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현장 제작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