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끝나도 불안?… ‘암 전 주기 주치의’와 통합관리하세요

입력 2025-07-01 00:07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창진 교수(가운데)와 신현영 교수(오른쪽 두번째) 등 통합 암 건강 클리닉 참여 의료진이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정과 중심 암 치료시스템 벗어나
진단부터 치료뒤 재발·후유증까지
치료 전반 넓게 바라보며 통합관리
거동 불편땐 돌봄 연계 서비스 제공

“각 과 협력으로 암 치료율 높이고
사후관리로 암 경험자 삶의 질 향상”

‘암 생존자(Cancer survivor)’는 단순히 암 치료를 끝내고 5년이 지난 사람뿐만 아니라 암 진단 후 치료 중인 환자들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신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유병자는 2023년 1월 기준 258만명을 넘었다. 전체 인구의 5%, 즉 국민 20명 중 1명꼴이다. 전체 암 유병자의 절반 이상(61.3%)이 암 진단 후 5년 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암 생존자의 삶은 녹록지 않다.

암 환자는 암이 진단되는 시점부터 다양한 신체·심리적 증상을 겪는다. 면역 저하로 쉽게 피로를 느끼고 질병에 취약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항암제나 방사선 등으로 인한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다. 때로는 재발이나 무증상 전이의 불안감으로 정서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원래 발생한 곳이 아닌 다른 부위에 새롭게 암이 생기는 이차암 발생 위험도 높다. 최근 5년 이상 생존한 국내 암 환자 26만명 대상 연구를 보면 40세 미만에서 일차암(원발암) 진단을 받은 경우 이차암 발생 위험이 28% 높았다. 또 2023년 미국의학협회지(JAMA) 발표 연구에 따르면 소아암 생존자들의 기대 수명은 일반인보다 약 9년 짧았고 45세가 될 때까지 생존한 환자들의 95%가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급성기 암 치료에 집중하는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주 진료과의 범위를 벗어나 이차암 발생이나 치료 합병증·후유증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이 때문에 근래에는 한 발 물러나 치료 전반을 넓게 바라보고 환자들에게 진단 시점부터 치료 이후 건강문제까지 살피는 ‘통합 암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암 생존자 통합지지’의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증 암 환자를 주로 보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 암 생존자 통합관리를 표방한 센터나 클리닉이 속속 생기고 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도 최근 가정의학과를 중심으로 ‘통합 암 건강 클리닉’ 진료를 시작했다.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지난 30일 “암 생존자는 원발암 재발에 대한 추적관리뿐 아니라 이차암 예방·검진, 후기 합병증 및 암 이외의 동반질환 관리, 예방접종, 생활습관 관리 등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암 진단 후 우울, 불안 등의 사회·심리적 문제에 대한 관리도 요구된다. 이런 포괄적인 건강관리가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은 물론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통합 암 건강 클리닉이 ‘암의 전(全) 주기에 걸친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아직 암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가족력 등으로 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들을 위한 예방 및 조기 진단 서비스다. 암 예방을 포함한 건강관리를 받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대상으로 가족력, 생활습관을 진단해 암 위험 요인을 예측한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암은 주기적인 검사와 상담을 진행해 조기 진단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한다. 또 하나는 주 진료과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암 진단 환자를 위한 건강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역할이다. 식습관 관리, 영양보충, 맞춤운동 상담, 불면·스트레스·피로 등의 포괄적 치료와 정서적 지지는 환자가 암을 이겨내고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낮아진 면역으로 인해 감염 위험이 커지는 대상포진, 폐렴, 독감, 코로나19 등 백신 접종에서부터 적정체중 관리, 금연·금주 및 노화 방지 상담도 병행한다.

가정의학과장인 최창진 교수는 “위·대장·폐·간·유방·자궁경부·갑상샘 등 7대 암을 중심으로 주 진료과의 치료 내역을 검토하고 필요 시 추가적인 검사와 치료 합병증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체계적이고 지속적 검사로 암 재발과 이차암 발생 여부를 추적하는 한편 암 치료에 동반되기 쉬운 복합 질환(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빈혈 등)을 진단·관리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가정간호나 방문진료 및 간호 등 지역사회 의료·돌봄 시스템과 연계해 일관적인 치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현 정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는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진행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학병원급에도 재택의료센터를 둬서 암 환자 등의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통합 암 건강 클리닉은 세분화되는 의료의 분절적 진료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전문적인 암 치료를 제공하는 임상 진료과와 긴밀 협력해 치료율을 높이는 동시에 사후 관리를 통해 암 경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암 생존자의 건강한 여명을 위한 맞춤 치료는 고령화 시대 환자 중심 의료 전환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