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선생님, 마음 속에 꽃이 피었어요.”
초등학생의 편지 속에 그림과 함께 전해진 이 말은 그 어떤 표현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병원을 그저 무섭고 아픈 곳으로 기억하던 아이가 환한 얼굴로 이런 고백을 하기까지는 병원 개원 때부터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소아과 의사의 따뜻한 손길과 진심 어린 보살핌이 있었다. 그림에는 팔짱을 낀 채 시무룩한 표정의 아이와 햇살처럼 환히 웃고 있는 의사가 있다. 마음속 두려움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제 아이는 곁에 ‘꽃이 피는 마음’을 가진 든든한 어른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병원은 단순히 아픔을 치료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 마음에 용기와 신뢰를 심어주는 따뜻한 장소로 변모했다.
소아과 의사는 병을 고치고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삶과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동행자이자 불안과 두려움을 희망과 믿음으로 바꾸는 ‘마음의 치료자’다. 진료실 안에서 흘리는 눈물, 주사를 앞두고 움츠린 어깨, 아픈 배를 움켜쥔 아이의 무표정한 얼굴은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진심 어린 눈빛으로 생기를 되찾는다.
소아과 의사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진다. 편지를 보낸 어머니는 아이가 열두 살이 되기까지의 진료 경험과 함께 그동안의 고마움을 진심으로 표현했다. 아이의 그림과 편지는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와 교감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긴 여정을 함께 걷는 깊고 따뜻한 인연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아이의 건강한 성장은 가족 전체의 행복과 안정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의 희망찬 미래에도 기여한다. 의료는 단지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적 영역을 넘어 환자와 가족의 삶을 전인적으로 돌보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소아과 진료는 인간적이며 따뜻한 가치를 본질적으로 품고 있다.
아이들은 받은 따뜻함을 기억하며 언젠가는 다른 이들의 마음속에도 꽃을 피우는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그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아과 의사다.
꽃이 피는 병원, 웃음이 머무는 진료실. 더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마음속에 꽃이 피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우리는 더욱 따뜻하고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