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국영탄광 삼척 ‘도계광업소’ 역사 속으로

입력 2025-06-30 01:21
지난 27일 강원도 삼척시 도계광업소에서 광부들이 펌프 설비 점검을 위해 갱내로 향하고 있다. 도계광업소는 대한석탄공사의 마지막 탄광으로 30일 문을 닫는다. 연합뉴스

국내 마지막 국영 탄광인 강원도 삼척시 도계광업소가 30일 문을 닫는다.

도계광업소는 1936년 문을 연 후 현재까지 4324만7000t의 탄을 생산했다. 1988년에는 연간 127만120t의 탄을 캐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1960년대 국가 경제개발의 핵심 에너지였던 석탄 생산을 책임졌다.

6·25전쟁 이후 정부는 철도와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며 석탄 증산에 나섰고, 도계광업소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척 지역의 경제를 이끄는 중심 광업소의 역할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1935년 8만8000명이던 삼척 인구는 한때 13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택, 철도, 도로 등 생활 인프라도 급속히 확충됐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석유, 가스 등 대체에너지 확산과 석탄 채굴 비용 증가로 석탄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여기에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석탄산업이 본격적인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정책 시행 첫해만 도계에서 3개 탄광이 문을 닫았고, 1996년까지 도계지역 12개 탄광 중 10개가 폐광했다.

도계광업소는 대한석탄공사의 마지막 탄광이다. 지난해 6월에는 강원도 태백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았고, 2023년에는 전남 화순광업소가 폐광했다. 국내에는 도계에 있는 민영 탄광인 경동상덕광업소 한 곳만 남는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최근 폐광심의위원회를 열어 도계광업소를 폐광지원 대상 광산으로 선정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29일 “석탄공사 퇴직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폐광대책비와 조기 폐광특별위로금의 신속 지급과 함께 향후 3년간 자녀 학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폐광 이후 인구, 일자리 감소 등에 따른 지역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도가 최근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도계광업소가 폐광하면 삼척지역에서 5조6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과 1600명이 넘는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는 삼척과 태백의 회생을 위한 대체 산업 발굴에 나섰다. 도계읍 흥전리 일대 12만㎡ 부지에 중입자 가속기 기반의 의료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중입자 가속기를 활용한 암 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케어센터 신축, 교육 및 연구개발센터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해 폐광한 태백에는 청정 메탄올 생산·물류기지 및 핵심광물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삼척=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