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중심서 시민문화의 중심으로… 충북도청의 변신

입력 2025-06-30 02:19
시민들이 충북도청 본관에 상영되고 있는 초대형 미디어파사드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충북도 제공

지난 7일 오후 충북도청 본관. 어둠이 짙어지자 가로 90m 세로 20m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신했다. 어린이 영화와 전국 공모전에서 선정된 15편의 영상이 상영됐다. 근대문화유산인 도청 본관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가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수많은 시민들이 도청에 몰려들자 인근 식당가도 손님이 늘어난 모습이다.

충북도청이 행정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충북도청은 ‘도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도청 곳곳의 쓸모없고 방치된 공간이나 시설을 고쳐서 다시 쓰는 업사이클링이 한창이다.

도청 인근의 지하벙커(옛 충무시설)가 도심 속 문화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벙커는 지난 2023년 11월 ‘당산 생각의 벙커’라는 이름으로 50년 만에 베일을 벗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이곳은 1973년 암반을 깎아 만든 전시 대비 시설로 지난 50여년 간 지휘 통제소 등으로 사용됐다. 길이 20m, 폭 4m, 높이 5.2m의 아치형 구조로 연면적 2156㎡ 규모로 14개의 격실을 갖추고 있다.

행정문서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던 충북도청 산업장려관은 2023년 5월 설치 미술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도청 본관보다 6개월 빠른 1936년 지어진 이 건물은 1945년 독립 후 경찰청, 도청 사무실, 민원실, 문서고 등으로 쓰였다. 연면적 429㎡ 지상 2층 규모로 2007년 9월 문화재로 지정됐다.

충북도는 도지사 집무실이 있는 도청 본관을 그림책도서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도청 본관은 오는 8월부터 공사해 내년 1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된다. 그림책도서관, 미술관, 북 카페 등이 들어선다. 1937년 건립된 후 행정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던 도청 본관을 어린이 그림책으로 특화해 도서관과 미술관 기능을 융합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대가 모이는 북 카페, 교육체험놀이 공간,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구성해 대한민국 최고의 그림책 복합문화 공간이자 도민의 문화커뮤니티 장소로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도청 본관 복합문화공간의 공식 명칭은 ‘그림책정원 1937’로 1937년 도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건립한 도청 본관의 역사성을 부각하면서 그림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1937년 지어진 근대문화유산인 충북도청 본관 모습. 도지사 집무실 등이 있는 본관은 내년 1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된다. 그림책도서관, 미술관, 북 카페 등이 들어선다. 충북도 제공

충북도청 본관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건축된 근대문화유산이다.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됐다.

도는 오는 8월 30일까지 도청 본관과 신관 사이 임시주차장 부지에 중앙광장을 조성한다. 중앙광장은 2000㎡ 규모의 잔디광장으로 기존 주차공간을 도민들의 녹지 쉼터로 전환된다. 도는 중앙광장이 조성되면 현재 리모델링 중인 대회의실과 연계해 각종 행사와 문화활동,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도청은 담장과 울타리를 허물어 개방성을 높였고 장애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주변 인도와 청사 정원 사이의 경계석을 철거했다. 본관 앞 주차장의 아스콘을 철거하고 자연석으로 포장했다. 그동안 외면 받던 옥상은 인조 잔디와 나무 데크로 이뤄진 바닥 위에 나무 울타리와 꽃 화분을 배치해 도민들의 쉼터로 재탄생했다.

유휴공간이나 노후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KTX 오송역 선하공간에는 회의실과 도정 홍보관, 휴게실 등을 갖춘 ‘오송역선하마루’가 오는 7월 1일 준공된다. 연면적 890㎡ 규모의 충북관광거점센터로 주차장 위와 철로 아래의 빈 공간에 마련됐다. 회의실은 최대 34명을 수용 가능한 대회의실 1곳을 비롯해 중회의실 3곳, 소회의실 1곳 등 5곳이 마련됐다. 도는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역인 오송역의 뛰어난 교통 접근성 등을 활용하면 정부와 지자체, 기업체 등의 관심과 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관은 무료로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충북개발공사는 10여년간 방치됐던 괴산군 장연면의 한 숙소를 지난해 11월 인수했다. 새 단장을 거쳐 ‘휴담뜰’로 이름 붙인 이 시설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숙소 35객실로 150명이 머물 수 있다. 귀농·귀촌인 장기임대, 농촌 살아보기, 도시농부, K-외국인노동자 숙소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일반인에 공개된다.

공무원 교육시설인인 충북도자치연수원은 오는 2027년까지 문화복합시설로 재탄생한다. 도와 시·군 공무원 교육 목적으로 사용되던 16만3049㎡ 규모의 자치연수원을 도립미술관, 문학관 등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 자리 잡은 충북자치연수원은 내년에 제천시 신백동으로 신축 이전된다.

1985년 건설된 총길이 315m, 폭 10m의 옛 청풍교는 상판 처짐 등 안전 우려로 2012년 청풍대교 완공과 함께 용도 폐기됐다. 2007년 철거가 결정됐으나 87억원에 달하는 철거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이 다리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도는 김영환 지사의 제안으로 철거가 아닌 리사이클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 다리의 원형을 활용한 정원과 걷기길 포토존을 설치하고 단계적으로 관광 체험시설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환 지사는 29일 “충북도청 중심으로 밀집된 근대 문화유산자원을 연계해 지역 역사·문화의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도내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유휴공간들을 발굴하고 잠재되어 있는 가치를 끌어내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