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퇴보 기로에 선 대한민국
해결할 문제 산더미처럼 쌓여
그런데도 3류 정치 더 추락해
선거 위해 상대방 물어뜯기만
이재명정부, 창의적 인재 키워
제약없이 일하는 환경 만들길
해결할 문제 산더미처럼 쌓여
그런데도 3류 정치 더 추락해
선거 위해 상대방 물어뜯기만
이재명정부, 창의적 인재 키워
제약없이 일하는 환경 만들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2012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저자들은 세계 여러 나라 중 잘살고 못사는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한 이론들을 검토하고 정치와 경제의 제도적 차이가 결정적 원인임을 입증했다. 애스모글루는 2023년 사이먼 존슨 MIT 교수와 함께 ‘권력과 진보’를 출간했는데, 이 책도 발전된 국가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으로 초기에 노동자들은 가난하고 어려운 삶을 살다가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통해 발전의 과실이 점차 분배되며 사회가 진보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약 10년 사이에 발간된 두 책은 창의적 혁신이 가능한 경제 제도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 시스템, 특히 민주주의가 어떻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명저다. 두 책의 저자 세 사람이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하면서 이 책들은 더욱 유명해졌다.
뜬금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 책들을 언급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지금 발전과 퇴보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속적 발전을 위해, 아니 적어도 현상 유지를 위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보다 더 크고 무거운데, 이를 해결할 주체인 정치는 3류에서 4류로, 다시 5류로 바닥을 모르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없고, 오직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상대방을 물어뜯는 행태만 보인다. 겉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떠들지만 속으론 정치적 손익만 계산할 뿐이다. 손익에 따른 선택도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민주적 정치 과정에 반영되면 견제와 균형이 가능할 수 있지만 팬덤 정치에 빠진 열성 지지자와 유튜브 구독자, 클릭 수에 매몰된 사람들에 의해 왜곡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맹종 세력에게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집권 직후 이재명정부는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한다. 경기 침체가 심각해 자영업자와 영세 상인의 어려움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빚을 갚지 못한 소상공인 113만명의 16조원 규모 빚도 탕감해 주겠다고 한다. 정부가 돈을 주겠다는데 어려운 사람들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은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 그런 지원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금이 그때인가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 국내총생산(GDP)의 49%로 높아지는데도 이를 갚을 청년세대는 발언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이재명정부가 인공지능(AI)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대통령실 수석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40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를 기용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AI 분야에서 40대는 환진갑이 지난 나이임에도 그들을 ‘젊은 세대’라고 하는 것이 우습지만 앞으로 이들이 추진할 정책에 관심이 간다. 문제는 지금 논의되는 정책은 모두 ‘지원’에 국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국 대비 절대적 액수가 부족한 연구·개발이나 벤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AI 시대 혁신의 핵심은 ‘창의적 인재’의 존재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에어비앤비), 가렛 캠프와 트래비스 칼라닉(우버) 등 혁신적 창업자들은 모두 컴퓨터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했다.
이들이 유독 미국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창의적 인재가 있었고, 그들의 창의성이 아무런 제한 없이 발휘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시대에 가장 시급한 것은 자유와 창의가 넘쳐나도록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 도입, 대학입시 자율화와 함께 ‘선 철폐 후 규제’의 원칙을 적용한 일괄적 규제 철폐가 필수적이다. 신기술 시험 비용 지원과 기술시장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은 청의적 인재들이 아이디어와 기술의 혁신성 및 시장성을 확인하고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정치적 미숙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개척한 시대적 영웅으로 부상할 것인가. 이 시대 정치를 5류에서 4류, 4류에서 3류로 역진화시킬 정치 리더십이 절실하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