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또 폭등했다.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집값 오름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고 나면 억 단위로 폭등할 정도다. 정부는 뒤늦게 다음 달 초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어제는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전형적인 ‘뒷북 대책’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부동산은 심리다. 초기에 심리를 잡지 못한 결과는 참혹하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43% 오르며 상승폭을 더 키웠다.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21주 연속 상승세다. 수요자들의 기대 심리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0으로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값이 브레이크 없는 폭등을 보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막차 수요’가 몰린 측면이 큰 만큼 DSR 강화 효과를 지켜본 후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었다. 정부가 어정쩡한 신호를 내는 사이 확산세는 강남에 이어 ‘한강 벨트’로 번졌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금융·세제 중심의 종합 대책을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가능한 한 빨리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기 바란다. ‘풍선 효과’도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심리에 따라 출렁인다. 대책이 나오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한테 유리하게 해석하는 ‘인지 왜곡’을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이 똘똘한 한 채를 사야 하는 적기구나’ ‘그 지역을 사라는 얘기구나’라고 인지하는 식이다. 이런 인지 왜곡에 따른 정보 굴절 현상으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돼도 시장의 분위기가 쉽게 잡히지 않고 정부 의도와 달리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오곤 한다. 이는 역대 정부에서 반복된 현상이다. 단기간에 부동산 대책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긴 호흡과 넓은 시야로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