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캔디

입력 2025-06-27 00:09

오늘 모임이 있는 날인데

종일 폭우가 쏟아졌으면
식당이 사라진다면
갑자기 아프다면

모임은 자꾸 거짓말을 시키려 하네

식당에서 냅킨만 접고 있다면 사회성이 없는 거지

갑자기 소나기가 오지 않고
도시가 잠기지 않고
내가 아프지 않아도 되기

나는 명랑한 사람이었다
걸려 넘어져도 웃는 사람이었다

버려지는 냅킨이면 어때

속하려 해도 속할 수 없는 명사들은 아름다웠지

별, 공, 벤치, 불면, 자작, 고요, 관념, 바람, 만년필, 허공, 눈, 죽음 그리고

영원

걱정하지 마
잊지 않으면 있는 거야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지

사회성을 사러 가서 평범한 무를 사왔네

외로워도 슬퍼도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올리브 열매를 더 사올걸

-이규리 시집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연인이 필요했을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