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국내 첫 원전 해체

입력 2025-06-26 18:44 수정 2025-06-27 00:03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마침내 해체 승인을 받았다. 1978년 첫 상업운전 이후 47년, 2017년 영구정지 이후 8년 만이다.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로 이르면 2037년 해체 작업이 완료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6일 제216회 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제출한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를 심의·의결해 최종 승인했다. 회의엔 재적위원 9명 전원이 참석했고, 의결을 연기하자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최원호 원안위원장은 “해체에 필요한 기술 능력과 계획이 관련 규정에 적합하며, 해체 과정에서의 피폭 방사선량도 법정 기준 이내”라고 승인 사유를 밝혔다.

심사 과정에서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해체 기술 확보 여부’ ‘계획의 정합성’ ‘예상 피폭선량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당국은 한수원이 해체 전담조직을 운영 중이고, 총 1조713억원 규모의 해체비용에 대한 재원마련 계획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고리 1호기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국내 1호 상업용 원전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했다. 전기출력 595메가와트(㎿e)의 가압경수로(PWR) 방식이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30년의 설계 수명을 마친 뒤 2007년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2017년 5월까지 운영됐다. 2015년 2차 계속운전 여부를 놓고 해체산업 육성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7년 6월 영구정지가 결정됐다. 이후 한수원은 2021년 5월 원안위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5월부터 해체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방사성물질 제염(오염 제거)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해체 심사가 지연된 주 원인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KINS는 관련 계획의 구체성과 안전성을 문제 삼아 약 5차례에 걸쳐 보완 요구를 했다. 이날 기준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1391다발로 이 중 485다발이 1호기 내부 임시수조에 보관돼 있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해당 법은 국가 주도의 영구처분장 부지 확보 및 주민 보상 근거를 명시해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적 기반을 처음 마련했다. 원안위는 이번이 첫 해체인 만큼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