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전환기의 훈풍을 타고 엔비디아에 HBM을 대량 공급하며 업계 2위 삼성전자를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회계연도 3분기(3~5월) 기준 매출이 93억 달러(약 12조6619억원)라고 밝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D램과 HBM의 강력한 성장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며 “데이터센터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분기 최고치를 올렸다”고 말했다.
향후 실적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크론 측은 다음 분기(6~8월) 매출 전망치로 107억 달러(약 14조5017억원)를 제시했다. 2026 회계연도까지 견조한 HBM 수요 환경이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 발표를 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풍향계’로 불린다. 이날 마이크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비슷한 성적표를 공개할지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서 반도체 업종 기상을 ‘대체로 맑음(좋음)’으로 예보했다. 국가 주도 AI 인프라 구축 경쟁과 빅테크 중심의 AI 서버 투자가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수요를 바탕으로 이미 지난 1분기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칩 제조 업체 AMD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는 등 반등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미국이 중국으로의 HBM 수출을 제한하는 등 변수가 남아 있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 제재로 대(對)중국 HBM 판매가 줄어들면 삼성전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HBM 수요 일부를 대체하는 그래픽 D램(GDDR)의 경우 완전히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