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다음 달부터 국채 등 환매조건부채권(RP)을 정기적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RP를 꾸준히 매입해 최근 부족해진 시중 유동성(현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RP 매입 정례화가 향후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을 때 경색되는 것을 막을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기존에 매각(유동성 흡수) 위주였던 RP 매매 방식이 내달 10일부터는 매입(유동성 공급)을 병행하는 것으로 개편된다. 매주 화요일마다 14일 만기로 RP 매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국채와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주택저당증권(MBS)을 사고팔았지만 앞으로는 매매 대상에 산업금융채권 수출입은행 중소기업금융채권을 추가한다.
한은은 지금까지 RP를 정기적으로 팔기만 했다. 사들이는 일은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나타날 때 비정기적으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경기 후퇴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뿌려 유동성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고 ‘서학개미’ 등 대외 투자자가 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해졌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RP를 사고파는 것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할 때 RP 매각 규모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매입을 늘릴 수도 있어 대응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한은은 RP 매매가 시중의 자금 수급 불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수요를 넘어서는 추가 유동성이 공급될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