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 사수’ 재정 총력전… 정책 속도·관세 협상이 변수

입력 2025-06-27 02:04
연합뉴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30조5000억원) 편성까지 재정 카드를 모두 동원한 총력전을 펼친 가운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1% 사수’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비상계엄 쇼크와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올해 성장 전망이 0%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추경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새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로 1%대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 재정 투입이 경기 진작 효과로 나타나기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관세정책 급변이나 중동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각종 경기 부양 정책의 시행 속도와 한·미 통상협상 결과 등이 하반기 경기 반등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4개 분기 연속 0% 안팎에 그친 성장 동력 회복을 중심으로 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고 있다. 연초 발표에서 1.8% 성장 전망을 제시했던 기재부는 1% 내외로 수정 전망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는 이날 국정기획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도 올해 성장 전망과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차기 경제부총리 인선과 더불어 새 정부 국정 철학을 반영한 정책 방향을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초 국내 정치 리스크와 미국 관세 정책으로 대폭 움츠러들었던 성장 전망은 추경 등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차 추경 집행으로 올해 성장률이 0.14~0.32% 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전망치(0.8%)를 감안하면 1%대 초반 성장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며 올해 1.0% ‘턱걸이 성장’을 전망했다.

경기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에 미국발 통상 전쟁 장애물이 산적한 것도 변수다. 이달 1~20일까지 국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었지만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자동차 및 철강에 25~50% 관세가 부과된 데다 25% 상호 관세 유예 종료(다음 달 8일)도 다가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1년 전보다 하반기 기준 3.8%, 연간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수출 증감 폭이 제자리걸음(0.0%)을 할 것으로 봤다.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돌발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이승석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실행력과 한·미 통상협상 결과 등이 향후 경기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상반기 대비 하반기 성장률 여건은 다소 개선된 상황”이라며 “2차 추경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집행될지와 대미 관세 협상 결과에 하반기 추이가 달려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