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노브랜드 출시 이후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우수한 중소기업들의 생산역량에 힘입어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것이 강점이다. 노브랜드와 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들은 매출이 크게 증가했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시아스는 노브랜드를 성장 발판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다. 1997년 출범 당시만 해도 칠리·머스타드 등 소스류를 전문으로 다뤘던 회사지만 노브랜드 출시 이후 이마트 바이어의 권유로 즉석밥 시장에 도전했다. 2019년엔 ‘우리쌀밥한공기’라는 히트상품까지 만들어 냈다. 노브랜드 우리쌀밥한공기(210g, 950원)는 국내산 햅쌀을 사용했음에도 주요 브랜드 즉석밥 대비 40~50%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2019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4300만개가 판매됐다. 현재 시아스에서는 즉석밥이 주력 상품군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과감한 설비 투자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지난 21일 찾은 시아스 충북 음성공장에서는 즉석밥 생산 설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노브랜드에서의 성공 이후 타 유통사로부터도 즉석밥 제조 주문을 물밀 듯이 받아 단일 생산 설비를 2개 라인으로 늘렸다. 24시간 동안 30만개 정도의 즉석밥을 생산할 수 있다. 수출 제품까지 만들게 된 덕분에 시아스는 추가로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15년 약 20억원이었던 시아스 노브랜드 상품 매출은 지난해 153억원으로 7.6배 급등했다. 시아스의 지난해 매출도 2015년 대비 약 3배 늘었다. 배상열 시아스 부사장은 “저희는 B2B에만 집중하다 보니 판매 노하우는 부족했지만, 노브랜드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피드백해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제품 개발에 있어서도 쌍방향 소통이 되니 협업 전보다 회사가 기술적으로도 발전했다”고 말했다.
시아스뿐만이 아니다. 부산우유는 경상도 지역 기반 기업으로 수도권 소비자들에게는 인지도가 낮았지만, 노브랜드 우유를 만들기 시작한 후 전국으로 판로를 확대했다. 부산우유 전체 매출 중 노브랜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1ℓ, 1890원)는 다른 브랜드 우유 대비 4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며 현재까지 1억1500개가 판매됐다. 제품 누적 매출도 2000억원을 달성하며 노브랜드 1위 상품에 등극했다. 식품회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주로 해왔던 서울에프엔비도 2016년 노브랜드와 첫 거래를 시작한 이후 유통, 외식업체 등에 완제품과 원료 등을 활발하게 공급하기 시작하며 공급망을 넓혔다. 서울에프앤비가 제조하는 노브랜드 상품은 요구르트, 요거트, 가공유 등이다. 노브랜드 상품 매출은 2016년 거래 초창기 대비 지난해 90배 늘었고, 월평균 매출 2억원을 찍는 ‘스타 신상품’을 매년 만들고 있다.
이마트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노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기본 생산단가가 높은 탓에 판매가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 때문에 이마트 소속 바이어들은 전국을 발로 뛰며 생산역량이 우수한 중소 제조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석밥, 흰우유, 두부, 물티슈 등 현재 노브랜드를 만든 1등 공신들은 대부분 중소기업 제조상품이다. 실제 노브랜드 상품 중 70% 이상이 중소기업 상품으로 노브랜드는 10년간 국내 우수 기업 300여곳과 협업했다. 노병간 이마트 노브랜드 사업부장은 “노브랜드 제1원칙은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국내 우수한 중소기업과 협력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앞으로도 노브랜드는 중소기업 성장의 등용문 역할을 충실히 하며 동반성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