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서울의 레전드 기성용이 결국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필드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지가 그를 포항 스틸러스로 이끌었다.
기성용은 25일 자정 입장문을 내고 포항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팀의 향후 계획에 자신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기성용은 “이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했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하지만 단 몇 분이라도 뛰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사그라뜨리는 것이 선수로서 괴로웠다”며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렸다. 박태하 포항 감독이 가장 먼저 선뜻 연락을 줘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6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기성용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시기를 빼곤 줄곧 서울에서 뛴 ‘원클럽맨’이다. K리그에서 올해까지 10시즌을 보내며 통산 198경기에 출전해 14골 19도움을 기록했다.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최근 기성용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탓에 이번 시즌 8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올해 말까지 계약 기간이 남았던 기성용의 이적 소식에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훈련장에 근조화환을 보내고 모기업 GS그룹 건물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과거 이청용, 박주영 등을 떠나보낸 팬들은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서울은 ‘잠시 이별’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서울은 전날 “인연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며 추후 기성용의 은퇴식과 지도자로서의 도전에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성용이 포항 입단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 포항은 공교롭게도 오는 29일 맞붙는다. 절차가 다음달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라 기성용이 출전하진 않는다. 김기동 감독이 지난해 포항에서 서울로 자리를 옮기며 ‘김기동 더비’로 불리던 두 팀의 맞대결은 이제 ‘기성용 더비’로 불리게 됐다.
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