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소환 통보 등 수사 본격화
세 특검이 30여개 사안 수사
수사 관련 뉴스 마구 쏟아질 듯
진영 대결과 야당 반발도 우려
절제된 수사와 언론브리핑으로
특검 블랙홀 빠지지 않게 해야
세 특검이 30여개 사안 수사
수사 관련 뉴스 마구 쏟아질 듯
진영 대결과 야당 반발도 우려
절제된 수사와 언론브리핑으로
특검 블랙홀 빠지지 않게 해야
특검의 시간이 시작됐다. 내란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28일 조사받으러 오라고 통보했고, 양측이 소환 방식 등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소환되면 또다시 나라가 시끌벅적할 것이다. 앞으로 4~5개월은 이와 비슷한 장면이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말고도 이전 정부 총리나 장관들, 대통령과 연락한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마다 나라를 들쑤실 것이다.
뻔히 예상되는 그런 장면에 벌써부터 피로감이 엄습해 온다. 나라 안팎으로 엄중한 시국에 3개의 특검이 정신없이 굴러가게 됐다. 그런데 그게 단순한 3개가 아니다. 내란특검은 내란·외환 의혹 등 수사 대상이 11가지이고, 김건희특검은 건진법사 청탁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16가지, 순직해병특검은 VIP 격노설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출국 등 8가지를 수사한다. 세 명의 특검뿐만 아니라 각 사건을 맡은 개별 파견 검사들이 수사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이번 특검은 수사를 하다 인지하게 된 범죄를 추가 수사할 수 있다. 수사 경쟁은 ‘사초를 쓰는 심정’의 진실 규명의 경쟁이기도 하겠지만 특검이나 검사들의 수사 역량과 명예를 건 경쟁이기도 하고, 쪼그라든 검사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경쟁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역대 어느 특검보다 화제를 몰고 갈 특검 활동이 될 것이다.
특검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주도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 특검이 뜨면 뜰수록 대통령과 새 정부는 덜 주목받을지 모른다. 갓 출범한 정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중요한 때에 특검이 이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뒷전으로 밀리게 하거나 국정 주목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대신 ‘스타 특검’이 인기를 누릴지도 모른다.
특검에 따른 국론 분열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검 수사대상 대부분이 전 정권과 보수 진영 인사들이어서 수사 과정에서 진영 대결이 촉발되거나 정치 보복 논란이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명태균씨 사건의 경우 국민의힘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엮여 있어 자칫 야당 탄압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겨우 식은 국회 로텐더홀과 광화문 아스팔트가 또 달궈질 것이다.
계엄의 전말과 김 여사 관련 부정부패, 순직 해병의 억울함에 대해선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고 잘못한 이들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다만 새 정부 출범기에 나라가 온통 특검 블랙홀에 빠져 미래 대비에 소홀해지거나 대결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특검 수사가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수사 범위와 대상을 꼭 필요한 부분에 국한하고, 수사 가짓수를 늘리는 데에도 신중해야 한다. 피의 사실 등이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입단속도 요구된다. 세 특검법에 ‘수사 과정을 언론에 브리핑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자칫 이 조항이 특검 간, 각 사건 검사들 간 브리핑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간에 찔끔찔끔 흘리기보다 수사가 어지간히 진행된 뒤 중간발표나 종합발표 형식으로 브리핑하면 더 좋을 것이다.
망신주기 식 수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괜한 진영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야당 관련 수사는 정치 보복으로 비치지 않도록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특검 최종 결과가 가을이나 겨울에 나올 텐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몇 개월 안 남긴 미묘한 시점이기도 하다. 아울러 군이나 경호처 등 기관의 위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수사하고, 외환 유도 수사의 경우 남북 간에 민감한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경계해 수사가 진행될 때 대한민국이 특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기지 않으면서도 진실은 규명하고 국론 분열도 막을 수 있다. 수사진부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검의 존재감이 과도하게 커지면 그 부작용도 작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도 특검 뉴스 하나하나에 반응해 정쟁을 벌이지 말아야 하고 언론의 절제된 보도도 요구된다. 지금은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지 누구누구를 카메라 앞에 세워 통쾌해 하거나 싸울 때가 아니다. 수사진도 정치권도 국민도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특검에 너무 빠져들면 나라만 뒤처질 뿐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