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서학개미… 작년 미국 투자 증가폭 ‘역대 최대’

입력 2025-06-27 02:47
국민일보DB

‘서학 개미’가 미국 주식과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지난해 대미(對美) 금융 투자 잔액이 1조 달러(약 1355조6000억원)에 육박할 만큼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2024년 지역·통화별 국제 투자 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준비자산을 제외한 한국의 대외 금융자산 잔액은 2조9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24억 달러 증가했다. 대미 투자는 역대 가장 큰 폭인 1581억 달러 증가해 증가액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금융자산 잔액도 9626억 달러로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전체 대외 금융자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45.9%)도 역대 최대다. 증권 투자가 1217억 달러, 직접 투자가 291억 달러 늘어 증가세를 견인했다. 한국인의 미국 주식과 채권 매수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와 2차 전지를 중심으로 현지 직접 투자가 늘어난 결과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지난해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량이 크게 늘었는데 같은 해 미국 주가가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활황이라 평가액이 크게 늘었다”면서 “최근 국내 증시 반등 기대가 높아지면서 자금이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외 금융자산 공동 2위는 각각 2495억 달러를 기록한 동남아시아와 유럽연합(EU)이다. 중국 비중은 6.6%로 3년 연속 역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중국 내수 시장이 부진하면서 대중(對中) 직접 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대로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대외 금융부채) 잔액은 1조410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90억 달러 감소했다. 동남아(3280억 달러)와 미국(3191억 달러), EU(2317억 달러) 순으로 비중이 큰데 감소액은 미국(-624억 달러), EU(-156억 달러)에서 많았다. 국내 주가와 원화 가치가 하락해 평가액이 줄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통화별 대외 금융자산 잔액은 미국 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이 1조2985억 달러로 61.9%를 차지했다. 유로화(1801억 달러·8.6%), 중국 위안화(1071억 달러·5.1%) 순이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