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저녁과 주일 아침, 경기도 성남에 있는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예가원(원장 정권 목사)에선 이색적인 예배가 드려진다. 지적·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예배다. 기독교 계통 시설이지만 예배는 강요하지 않는다.
임태영 예가원 사회복지사는 “예배 시작 전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을 위해 휠체어 봉사자들이 직접 방문한다”며 “어떤 분은 장애 때문에 말하기가 어려워 성경책을 들어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예배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예배 중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에서 뛰는 이들도 있다. 임 복지사는 “각자의 장애 정도에 따라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며 “눈빛만 봐도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예배를 인도하는 정권(72) 예가원 원장도 지체장애인이다. 고등학생 시절 의료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정 원장은 “장애인의 고통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공감을 바탕으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역은 예배당 담장을 넘어 지역과 사회를 향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 카페 히즈빈스(Hisbeans)에는 정신장애인 바리스타 5명이 매일 아침 출근한다. 피치(가명·39)씨는 20대 때 정신장애를 얻은 후 10년 넘게 집 안에서만 지냈다. 그런 피치씨의 삶이 3년 전 히즈빈스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취업 초반엔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손님 앞에도 나서지 못했지만 3개월 뒤엔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퇴근 후엔 쇼핑을 즐길 정도로 변화됐다.
히즈빈스를 운영하는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는 “이 일은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하나님이 사랑하는 한 영혼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26일 경기도 과천소망교회에서 열린 2025 백석사역박람회를 통해 소개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총회(총회장 이규환 목사)가 주최하고 백석법인단체협의회(이사장 온재천 목사)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마종열 목사)가 공동 주관한 행사다.
현장에는 20여개 부스가 설치됐다. 장애인, 홀로 사는 노인, 정신질환자 등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섬기는 교회와 단체들의 사역이 소개됐다.
청각장애인이 만드는 신발 브랜드 아지오(AGIO)도 참여했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청각장애인 15명이 맡는다. 교회 유휴공간 활용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부천 춘의울타리교회(김하양 전도사)는 33㎡ 규모의 예배처소를 주중에는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 나눔 공간으로 연다. 인천 채움교회(신철민 목사)는 교회 공간을 카페이자 장애인 보호 작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규환 총회장은 “성경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명령한다”며 “교회는 지역과 분리돼 존재할 수 없고 이웃에게 유익과 기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교회가 자기 유익부터 챙기면 복음 전파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