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테이블코인 , 혁신과 불안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

입력 2025-06-27 01:20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한국은행이 그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통화정책 무력화, 자본 유출, ‘코인런’(디지털 뱅크런) 등 금융시스템을 흔들 요소가 내포돼 있다는 경고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처럼 법정 화폐와 가치를 연동하는 암호화폐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편리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시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코인의 이름만큼 그리 안정적인 구조가 아니다. 발행사는 발행량만큼 국채 등 안전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위기에 따른 대규모 환매 요구 시 시장 충격 요인이 된다. 실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이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USDC는 1달러에서 87센트까지 폭락한 바 있다.

중앙은행 입장에선 자본 유출 가속화로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 원화 기반 코인이 유통되면 해외 스테이블코인과의 교환이 쉬워져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된다. 한은 자문위원을 지낸 미국 UC버클리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자유은행 시대로의 퇴행”이라며, 신뢰를 잃은 일부 코인의 가치 하락이 연쇄적 환매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자 주식 시장은 벌써 과열 조짐을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 기대감에 이달 들어 주가가 147% 급등했고, 한국거래소는 과열 경고에도 상승세가 지속하자 이틀 만에 두 차례나 거래를 정지시켰다. 제도화 가능성만으로도 이 정도의 투기적 반응이 발생한다면, 실제 발행이 되었을 때 발생할 시장 변동성과 부작용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 안정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맞추는 일이다. 예컨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우선 도입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규제를 받는 금융기관 중심으로 제한적 실험을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니어스법’을 마련한 미국처럼 발행 규모, 자산 보유 내역, 회계 감사 의무 등을 명문화한 법적 안전장치도 함께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