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 악어는 오늘도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하루를 시작한다. 체리를 따러 막 집을 나서려던 참에 코가 엉망으로 꼬인 코끼리가 찾아왔다. 울먹이는 코끼리를 향해 “할 일이 있다”며 매정하게 나서려다 안쓰러워서 꼬인 코를 끙끙대며 풀어주느라 결국 체리를 따지 못했다. 이제 집안 청소를 하려는데 이번엔 거미가 자기 집을 파란 괴물이 엉망으로 들었다며 찾아왔다. 역시나 이번에도 거절 못 하고 거미를 도와준다. 이렇게 이웃의 요청을 하나하나 받아주느라 악어의 하루는 그렇게 끝나갔다. 악어는 소리쳤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완벽하게 망칠 수는 없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어의 마음은 뿌듯해졌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하루인 것 같았다.
작가는 “사람은 홀로 잘 살아가는 것보다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숨은 그림처럼 악어가 원래 계획했던 일들이 이웃을 도와주는 사이에 의도치 않게 완성된 장면을 배치해 뒀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