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인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을 보면서 특별한 경험을 한다. 그림에서 향기가 느껴진 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맑고 투명한 초록 내음이었다. 그 순간 그는 “예술은 시각을 넘어 감각 전체를 깨우는 존재이자,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작품이 ‘향기’와 함께했을 때 비로소 내 안에 깊이 스며들었다”고 말한다.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향기로 읽는 명화’라는 프로그램을 갖고 미술전문가이드로 활동한 저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썼다.
책은 명화와 어울리는 향기를 조향사만의 감각으로 정교하게 짚어냈다. 햇살을 머금은 모네의 ‘수련’에는 투명한 수면 위로 잔잔히 번지는 아쿠아 향을, 풋풋한 미소가 인상적인 르누아르의 ‘잔 사마리의 초상’에는 꽃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장미 중에서도 핑크퍼퓸 향을 매칭했다. 서양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은 물론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남계우와 박수근 등 조선 시대와 한국 근현대화가들의 작품까지도 아우른다. 100여점의 명화와 30여컷의 향수 도판이 수록돼 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