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화폐주권 악영향… 원화 코인 길 열어줘야”

입력 2025-06-27 00:08 수정 2025-06-27 00:08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교수는 화폐주권 방어 차원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필요하지만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웅 기자

한국과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 육성을 꾀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17일(현지시간) 관련 규제를 담은 일명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상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기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회에서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이미 발의돼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국민일보와 만난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화폐주권 방어 차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교수는 국제금융거래 전공으로 금융규제와 핀테크, 가상자산과 관련한 논문을 다수 써낸 이 분야 전문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점은

“한국은 인터넷뱅킹이나 페이(pay)앱 등 전자지급 수단이 잘 돼 있어 활용도에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페이 서비스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곧바로 전환될 수 있다. 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과 똑같다. 정확하게 동일한 개념이다. 최근 증시에서 페이 주식이 상한가로 치솟은 것도 이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수단으로 시작단계이지만 향후 용도는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또 코인거래도 간편해져 거래 접근성도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외화 스테이블코인의 전환을 자유롭게 열어준다면 금융사에서 내놓은 트래블카드도 다 필요 없게 된다. 스테이블코인 전자지갑을 통해 곧바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외국환 규제가 없어지는 게 돼 자금세탁,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응책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속도를 내는 이유는.

“두 가지다. 달러 패권을 유지해야 하고 국채 수요가 필요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하기로 했는데 입장을 바꿨다. 민간 영역인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든 돈을 돌려줘야 하는 태환(법정통화를 되찾는 과정)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 의무를 완화해 준 것이다. 법정통화 대신 국채를 갖고 있어도 된다고 완화한 것이다. 이용자에게 이자를 줄 의무는 없으므로 국채 이자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은행업과 유사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시장을 내주면 어떻게 되나.

“화폐 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서울 강남에는 이미 달러로 입장료를 받는 식당이 있다. 남대문 보따리상의 결제수단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만약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통용되면 어느 순간 사업자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받으려 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퍼지면 결국 세금만 원화로 내게 된다. 경기가 안 좋으면 통화를 풀어서 부양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원화 수요가 있을 때나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도 도입을 서둘러야 할 거 같은데.

“그렇다. 사람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익숙해지기 전에 도입해야 한다. 한국인은 아직 원화에 익숙하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쓰는 것과 똑같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 길이 안 열리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폐주권에 문제가 생기니, 선택지 차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여당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어떻게 보나.

“발행자 자본금을 5억원으로 낮췄는데 그렇게까지 낮출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전자화폐 발행 자본금 요건이 50억원이다.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다. 과거 전자화폐 산업이 커지지 못한 것은 자본금 규모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채 투자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향성은 맞다. 다만 발행자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이 능사인지에 대한 고민은 있다. 난립하게 될 거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일정 부분 간접적인 감시 권한을 갖는 것에는 동의한다.”

-유동성을 한은이 컨트롤 할 수 있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 자체가 신용을 새롭게 창출하는 효과가 있어 그런 문제점이 지적된다. 다만 이후 논의할 문제다.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스테이블코인만 사용하고 기존 화폐를 사용하지 않으면 통제권은 잃게 된다. 변화에는 변화로 대응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지급한다든지 등의 방법으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게 될 것이다.”

-빨리 도입해야 하는 규제는.

“외화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필요하다. 서울 코엑스에 스테이블코인을 출금할 수 있는 ATM이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순간 화폐 주권은 날아가는 것이다. 외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법 등으로 규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는다. 회색지대로 남겨놔서는 안 된다. 규제 수단에 대해 빨리 검토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통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이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옵션을 열어줘야 한다.”

-미국 외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떤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공산주의 국가는 대응이 쉽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금지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런 법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