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 처음 호남을 방문하고 오랜 갈등 사안인 광주 군(軍) 공항 이전 문제를 대통령실이 직접 맡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와 전남 무안군은 십여 년간 광주공항 및 군 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 이전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는데, 대통령이 당사자들을 모두 불러모아 의견을 청취한 뒤 직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을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갈등 당사자인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는 물론 관련 부처 관계자와 시민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아 직접 해법을 논의했는데, 사실상 전남지역 최대 난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부터 활용해 온 방식으로 ‘이재명식 갈등 해소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독려로 이들 지방자치단체장은 난상토론을 벌였다. 강 시장은 광주공항 이전 시 무안군에 1조원 가량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했고, 김 군수는 광주시의 지원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 지사가 “무안군수가 강하게 반대해 진전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자 김 군수는 “전남지사는 광주 편”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 도중 직접 개입하며 해법을 논의했다. 강 시장에게는 광주공항·군공항 이전 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발이익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캐물었다. 강 시장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자 이 대통령은 “그러니까 무안에서 못 믿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김 군수가 공항 이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는 군용기 소음 문제에 대해 “저도 성남공항이라는 꽤 유명한 공항 근처에 살아봤고, 공항 이전 운동과 고도제한 완화 운동을 오래 해봤다”며 김 군수와 직접 토론을 벌였다. 이어 광주공항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 얼마나 소음이 들리는지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광주공항 이전부지 개발사업 진행 시 무안군의 참여와 이익 우선 확보 방안을 거론하면서 “제가 SPC(특수목적법인) 전문 아니냐. 대장동이라고”라고 말하며 직접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거론하는 여유도 보였다.
또 “차라리 제가 (간담회를) 진행할게요”라거나 발언자에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발언을 마무리하라고 독려하는 등 공개 토론에 자신 있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이 장황하게 이어질 때면 “제가 오늘 듣고 싶은 것은 정부가 뭘 하면 되느냐는 것”이나 “당연한 말씀이나 추상적 말씀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채근하기도 했다.
사법시험 부활을 건의한 한 시민에겐 “개인적으로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실력이 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자격을 검증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김혜경 여사와 함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전남 고흥군 국립 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한센인 원생들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SNS에 “지난 대선 기간, 이곳을 방문한 아내가 선거 이후 다시 저와 함께 오겠다고 한 약속을 이렇게 지킬 수 있어 참 다행”이라며 “한센인 여러분의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약자를 따스하게 보살피고 사랑을 나눠주신 종교인과 의료인 여러분께도 국민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