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 전쟁’을 멈추고 휴전에 들어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힘으로 유지되는 평화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이란의 핵 개발 재개 가능성 등 전쟁 재발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전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면서 중동의 긴장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행 여부를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양국은 휴전이 발효된 뒤에도 서로의 합의 위반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글을 올린 시점부터 6시간 뒤에 양국의 군사 작전이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6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이란은 이스라엘에 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이에 분노한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지금 휴전 협정이 발효되고 있다. 위반하지 마라”고 호통을 쳤다. 특히 전투기를 출격시킨 이스라엘을 향해 “그 폭탄을 투하하지 마라. 조종사들을 즉시 귀환시켜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에서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욕설까지 섞어가며 “양국이 오랫동안 격렬하게 싸우느라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오랜 적대관계를 고려하면 트럼프의 압력으로만 휴전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스라엘과 적대국으로 돌아섰고, 양국은 반세기 가까이 상대국 요인을 암살하거나 자국에 위협적인 시설을 파괴하는 ‘그림자 전쟁’을 벌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서로의 영토를 미사일 등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한 뒤 취재진이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 재건을 시도하면 다시 공격하겠느냐’고 묻자 “물론”이라고 답하며 “하지만 (핵시설) 내부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재공격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은 이란 공습으로 핵시설이 완파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은 25일 업무를 재개하고 직원들에게 내렸던 대피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중동 내 긴장감은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해군은 공동 해양정보센터에서 걸프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을 향해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라”며 “통신장비 교란이 만연한 만큼 항로를 우회하는 비상 계획이나 레이더 기반의 항법 등 보안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전선을 다시 가자지구 쪽으로 옮겼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군의 초점을 다시 가자지구에 맞추겠다. 인질들을 귀환시키고 하마스 정권을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