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과거 사모펀드에 팔았던 자회사 SK엔무브 지분을 전량 다시 매수키로 했다. 당초 사업 모델 재편 자금 마련을 명분으로 추진한 SK엔무브 기업공개(IPO)에 대해 ‘모자(母子)회사 중복상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방향을 튼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기업 분할을 통한 중복상장에 부정적인 이재명 대통령과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여권 기류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크레딧앤솔루션(ICS)에 매각했던 자회사 SK엔무브 지분 30%를 8592억원에 다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한 SK엔무브 주식 전량을 장외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에코솔루션홀딩스는 ICS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지분 인수가 끝나면 SK이노베이션은 다시 SK엔무브 지분을 100% 소유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엔무브는 기유(산업용 윤활유) 시장 세계 1위 업체다. 지난해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불타지 않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도 입증했다.
다만 유독 상장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3년부터 시작해 2015년, 2018년까지 세 차례나 상장 도전에 실패했었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 상장을 염두에 두고 2021년 ICS에 엔무브 지분 40%를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지분 10%는 1428억원에 다시 인수했지만 그 후에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내년 상장을 목표로 IPO를 준비해왔다.
그런데 중복상장 논란이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 일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SK온이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이노베이션 자회사들의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교적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온 자회사 SK엔무브가 별도로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SK온은 1조866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910억원 적자를 보인 반면 SK엔무브는 6876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4월 SK엔무브 측에 “기존 주주에 대한 보호 방안을 강구하라”며 IPO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복상장을 ‘쪼개기 상장’이라고 지칭하며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