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나에게….” 누구나 한 번쯤 가슴 깊숙이 품어본 절규일 것이다. 예기치 못한 시련 앞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우리는 하늘을 원망하며 묻는다. 고난 앞에서 때론 믿음마저 흔들리고 하나님의 침묵 속에 혼자 남겨진 듯한 절망감을 맛본다.
저자인 한재욱 강남비전교회 목사가 고난에 대한 성경적 해석을 담은 이 책은 고난을 극복하라고 채찍질하지 않는다. 대신 고난당한 자의 곁에 조용히 앉아 그들의 눈물과 떨림을 깊이 공감하며 함께 아파한다.
저자는 베드로전서 2장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고난의 다양한 얼굴들을 세심하게 분류한다. 부당한 고난, 죄로 인한 고난, 선을 행함으로 받는 고난, 그리고 훈련을 위한 고난까지. 각각의 고난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지만 모두 우리 삶을 깊이 파고들어 상처를 남긴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섬세한 접근에 있다. 동서고금의 지혜와 격언, 문학 작품들을 인용하며 성경의 진리를 부드럽게 전달한다. 딱딱한 교리나 일방적인 설교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증언들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저자는 욥의 친구들처럼 좋은 의도로 건네는 말이 상처받은 영혼에게 또 다른 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함께 울어주는 침묵에서 진정한 위로가 나온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고난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역설적 선물을 하나씩 보여준다. 고난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주고 우리의 우선순위를 재정립시킨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하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고난은 우리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아픔을 겪어본 자만이 아픈 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고 위로받은 자만이 참된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책이 모든 고난의 이유를 설명해주진 않는다. 고난의 의미를 되짚고 그 속에서도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고난 속에서 진정한 위로와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가장 따뜻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